[경제칼럼] 세금 회피용 가장이혼. 재산 이전 과도하면 증여세 ‘폭탄’

기사승인 2017-10-05 10:25:30
- + 인쇄

[경제칼럼] 세금 회피용 가장이혼. 재산 이전 과도하면 증여세 ‘폭탄’가을, 결혼의 계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28만쌍이 결혼했다. 하지만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는 것처럼, 결혼하는 커플이 있으면 이혼하는 커플도 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1만쌍이 이혼했다. 거의 결혼한 커플 세쌍 중 한쌍은 이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혼할 경우 부딪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자녀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재산문제도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이혼 시에는 재산을 분할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산분할은 형식적으로는 재산이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재산을 이전할 때에는 항상 세금이 따라다닌다.

위자료에는 ‘소득세’부담 없어

이혼으로 인해 부담할 세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이혼으로 재산분할을 하는 경우에는 배우자와 협력해 이룩한 재산 중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되돌려 받는 것이므로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혼으로 인해 받는 위자료는 정신상·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받는 것이므로 이를 받는 배우자는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배우자에게 위자료로 주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재산분할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취득세는 표준세율에서 2%를 차감한 특례세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이는 재산분할로 인한 취득은 부부공동재산의 청산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혼을 하고 나면 배우자와 함께 적용받아야 하는 세금제도를 더 이상 적용받지 않게 한다. 부부가 각각 1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배우자 명의의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배우자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으나, 이혼한 배우자는 각자가 1세대로 인정되므로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이혼한 배우자는 친족관계에 해당되지 않아 특수관계가 없어지므로 특수관계를 전제로 하는 세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조세 포탈 위한 위자료 ‘증여세’ 면하기 어려워

그러면 이혼을 빌미로 부부간 재산이전과 관련된 세금을 회피할 수 있을까? 즉 조세회피를 위해 이혼에 대한 합의가 없는 가장이혼을 통해 세금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

이혼 관련 세금제도는 가장이혼으로 이혼이 무효가 되는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장이혼이 무효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이전에 대한 세금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협의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로 인정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결혼과 이혼의 효력발생에 있어서 엄격한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즉 협의이혼이 가장이혼인 것으로 상당히 의심되는 경우에도 그 이혼이 무효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은 유효한 것으로 본다. 세법을 적용할 때도 이러한 이혼에 대한 엄격한 형식주의가 적용된다. 즉 가장이혼이 의심스러운 상태만으로는 법률에 따라 결정된 이혼이 부인되어 세법이 적용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2세대를 보유한 부부가 협의이혼 후 각각 1세대 1주택을 적용받은 사례에서, 법원은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혼했다거나 이혼 후에도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이혼을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인 1세대 1주택 규정을 적용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상속재산분쟁을 피하기 위해 생전에 이혼과 재산분할을 한 사례에서, 법원은 이혼 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정만으로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성립한 이혼이 무효가 될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에 증여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하기 위해서 과대한 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먼저 분할하는 재산이 과대하고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또한 위자료의 지급이 조세포탈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가장이혼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서는 첫째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거나, 둘째 재산의 이전에 조세회피나 조세포탈 목적이 있으면서 실질적인 증여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이 두 가지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조세회피 시도를 엄격히 규제하는 다른 세법규정과도 차이가 있다. 한해 10만여 건의 이혼 중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하는 커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혼을 한 커플이 실제로 있다면, 이를 방지해야 할 수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