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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제대로 알기⑧] 매년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입니다

이영수 기자입력 : 2017.10.08 02:06:12 | 수정 : 2017.10.07 21:01:41

매년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입니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에이즈예방과 편견 해소를 위해 매년 12월 1일을 세계에이즈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세계 각국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매년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에이즈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 과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이즈의 날의 상징물인 혈액과 따뜻한 마음을 의미하는 레드리본(Red Ribbon)은 HIV 감염인 및 에이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례 1

제가 처음 감염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는 군대에서 막 제대한 후였습니다. 군대에서 진행했던 건강검진을 통해 감염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사회로 나간다는 큰 기대감과 앞으로의 꿈에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였기에 감염통보는 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박탈감과 상실감이라는 늪에 빠진 듯한 삶을 살게 만들었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여행을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도 거절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서 완치될 방법이 없는 걸 알면서도 완치될 방법을 찾아보고 완치제만 기다리며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 지, 대학은 계속 다녀야할 지, 꿈은 이룰 수 있을지. 너무 많은 부분을 잃게 될까 두려웠고 실제로도 잃은게 너무나도 많기에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감염인 커뮤니티를 발견해 정보를 모으고 위로를 받으며 다른 꿈의 조각들을 다시 조립 해나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지역의 작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동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기에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꿈을 향해 앞으로 전진해나가고 있는 제 모습을 제가 커뮤니티에서 얻은 힘처럼 다른 힘든 감염인들이 보고 힘내고 전진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줄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고민도 하고 조금씩 실천도 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작지만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례 2

감염 사실을 안지 20여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에이즈에 감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해도 에이즈와 관련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는 내게 보건소담당자가 찾아와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감염사실을 말해서는 안된다. 무덤까지도 갖고 들어가야 할 비밀인 것이다”라며 보건소 전화번호가 담긴 메모지를 하나 건네주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퇴원은 했지만,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포스터만보더라도 해골이 그려져 있고 붉은 글씨로 에이즈에 걸리면 죽는다고 되어 있었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곧 죽는다하니 믿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 정도 끊임없는 방황을 하며 완전히 망가져갔습니다.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혼자 울어대고 그렇게 힘들어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에 시달리며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에이즈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교육을 통해 알아보니 제가 알고 있던 에이즈와는 너무나 다른 질병이었습니다.

걸리면 죽는다던 포스터처럼 바로 죽는 질병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치료제들이 개발되어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약을 잘 복용하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 누구도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도 했었습니다. 내가 감염사실을 알았을 때 누군가 자세하게 설명이라도 해주었다면 이렇게 긴 방황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겪었던 힘들었던 시간을 다른 감염인들은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바라며,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내어 사회복지학공부를 시작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따고,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학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HIV에 감염이 되어 평생을 HIV와 함께 살아가고 있더라도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열심히 일하면서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하루도 매우 소중합니다.

◇HIV 감염인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이즈환자(HIV 감염인)’는 HIV라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범죄자도 아니고 죄인도 아닌 그저 병에 걸린 사람들일 뿐입니다. 또한, 일상적인 신체접촉을 통해서 HIV는 전파되지 않으며 만약 감염된다 하더라도 올바른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감염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가득합니다. 감염인들은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 사회의 차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HIV 감염인들이 오해와 편견으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HIV 감염인도 평범한사람입니다’라는 기획 연재가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고 서로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HIV 감염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의사가 기억하는 환자하고 환자가 기억하는 의사는 좀 다릅니다. 저희는 환자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3개월에 한 번 잠깐 왔다가는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병 자체가 저희 경험상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는 병이고 신체적인 장애가 생기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병이다 보니 희망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디 치료를 잘 받고 잘 회복해서 가정 내 생활 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재활도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저와 함께 치료받는 환자들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성생활이 가능한 모든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남녀노소, 상하, 사회적 귀천을 가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려움을 가지고 경원시하거나 낙인을 찍어 치료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로운 방향입니다.” 최영화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근에는 HIV 감염사실로 인해 가족관계가 끊어지는 일은 드문 편입니다.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야한다는 숙제가 남습니다. 잘못된 편견을 지우고 치료를 도와 전체 감염을 줄이는 일, 바로 우리의 몫이 아닐까요.”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본인의 것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질병의 경험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질병을 자신의 것으로 극복할 방법들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HIV 감염인 스스로도 질병을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HIV 감염인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질병 자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HIV 감염인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우리와 같은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분들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이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궁극적으로는 HIV 유행은 종료가 되어야 합니다. 아마도 전세계 의료진들이 연구를 통해 완치제도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HIV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출시되어 있는 좋은 약물들을 매일 복용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 의료인들은 되도록 빨리 환자를 진단해서 치료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국내 HIV 감염인 숫자가 적어 우선순위로 두지 않은 감염병인 것 같습니다. 그러는 동안 실제로 환자 수는 매년 1000명이상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감염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HIV 확산 억제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 회장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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