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미얀마에선 지금 ‘무슬림’ 출입 금지?

‘무슬림 프리존’ 확산… 카렌주, 안티 무슬림 설교 집중

이유경 기자입력 : 2017.10.06 05:00:00 | 수정 : 2017.10.06 09:55:26

불교 극단주의 조직인 마바따(Ma Ba Tha, 종족 및 종교 수호위원회)의 대표승려 위라뚜(Wirathu)는 안티 무슬림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불교도 여성을 억압한 무슬림 남성의 사례라며 한 남성 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이유경


지난달 25일 미얀마 동부 카렌주(‘카인주’로도 불림) 주정부의 우 묘 칫(U Myo Chit) 부지사는 전례 없는 조치를 발표했다. “카렌주 무슬림들은 (자기 거주지를 벗어나) 이동할 때, 구(ward) 사무소에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 그는 ”9월 18일 (무슬림들에게)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는 종교차별이 아니라 (무슬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라까잉주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라까잉 주(또는 아라칸 주)에서는 지난 한 달여 동안 대로힝야 인종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던 로힝야 인구의 절반에 준하는 50만 명은 인근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난해 있는 상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미얀마 정부와 군의 이러한 대로힝야 작전을 ‘반인도주의 범죄’로 규정했으며, 유엔(UN)은 ‘인종청소’라고 불렀다. 

인종청소에 직면한 로힝야들은 수십 년 동안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해왔다. 모든 움직임을 보고하고 허가받는 일상을 견뎌왔다. 이러한 로힝야 무슬림의 상황과 맞물려 이번 카렌주의 조치가 카렌주 무슬림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4년 미얀마 인구 조사에 따르면, 카렌주 전체 인구 150만 명 중 4.6%(6만9000명)은 무슬림으로 나타났다.   

◇ 카렌주, 심상치 않다 

최근 카렌주에서 안티 무슬림 캠페인의 분위기가 부쩍 높아진 것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10일 극단주의 승려로 악명높은 승려, 위라뚜는 카렌주의 주도인 파안을 방문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안티 무슬림’ 캠페인을 주도해온 승려다. 그는 파안을 방문해 옥외 집회를 열고 인종학살을 피해 탈출 행렬에 선 로힝야를 동물에 비유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 동물들은(로힝야들은) 식사할 때 항문으로 먹는가? (청중웃음) 밥을 입으로 넣는 게 아니라 아랫구멍으로 넣나보다. (청중 웃음) 이자들은 화장실에서도 항문으로 넣어 입으로 싸나? (청중웃음) 이 짐승 같은 것들이 자신들이 토착민이라고 우기니까 기가 막히는 것 아닙니까. (청중 웃음)” 

위라뚜는 과거에도 혐오 설교를 퍼뜨린 전력이 있었다. 2012년 이래 라까잉 주는 물론, 2013년 중북부 멕띨라 타운에서도 안티 무슬림 캠페인을 전개했다. 특히 폭동 발생 직전 그의 혐오 설교는 박차를 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그가 설교 했던 카렌주 파안의 경우는 무슬림 금지 마을, 일명 ‘무슬림 프리존’이 한 군데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타꽁보(Ta Kaung Bo) 마을로, 이 마을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간판이 세워져 있다. “칼라(피부가 검은 남아시아계 사람을 일컫는 말, 주로 무슬림 겨냥한 인종주의적 표현)는 타꽁보 마을에서 어떠한 물건도 팔 수 없다.” 

‘무슬림 금지 마을’은 비단 카렌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버마인권네트워크(BHRN)는 지난달 초 ‘미얀마 무슬림 탄압 보고서’를 통해 ‘무슬림 금지 마을’의 확산 실태를 전했다. 입구에 무슬림 출입 금지 간판이 걸린 마을은 미얀마 중북부를 중심으로 최소 21곳으로 확인됐다. 간판에 적힌 주된 메시지는 ▶1. 무슬림은 이 마을에 숙박 할 수 없다. ▶2. 무슬림은 불교도(여성)와 결혼할 수 없다. ▶3. 무슬림은 집이나 땅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 무슬림 프리존의 확산 

미얀마는 반세기 넘는 군부독재를 거치며 권위주의 및 관료주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사소한 건물 개조나 모스크 설립 및 개조를 위해선 당국의 복잡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는 분위기임을 고려하면, 마을 입구에 무슬림 출입 금지 간판을 세우는 것은 당국의 협조와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혐오 간판이 현재 확산 중이다. 

‘무슬림 금지 구역’ 문제는 2012년을 기점으로 몇 가지 변화를 보인다. 버마인권네트워크(BHRN)에 따르면, 2012년 이전까지는 라까잉 주와 카렌주에서 지역 관료들 재량으로 무슬림 제한 구역이 설정됐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안티 무슬림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이제 주민들이 나서서 무슬림 금지 구역 간판은 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역 정부는 이를 허용 및 호응해주는 모양새다.  

2012년은 미얀마에서 안티 로힝야, 안티 무슬림 캠페인이 강화되는 분기점이 되는 해였다. 당시 라까잉 주에서는 로힝야 무슬림과 라까잉 불교도 사이에 상호간 폭력으로 시작된 갈등이 로힝야 무슬림들이 학살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12~14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들이 게토로 쫓겨났다. 이후 그들은 그 게토에 갇혀 이동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살고 있다. 

킨쵸(가명)는 21곳의 무슬림 금지 마을 중에서 3곳의 위치가 확인된 만달레이의 거주민이다. 그에 따르면, 간판들은 불교 극단주의 조직인 마바따(Ma Ba Tha, 인종과종족수호위원회)가 주도해 세우고 있으며, 지역 관료들도 이를 호응하고 있다. 마바따는 로힝야를 동물에 비유하는 설교를 했던 위라뚜 승려가 속한 불교 극단주의 조직이다. 

지난 5월 23일 마바따는 미얀마 승려들의 최상위 조직인 미얀마 승가협회(마하나)에 의해 금지 조직으로 선포된 바 있다. 마하나는 7월 15일까지 ‘마바따’ 간판을 내리고 활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세 개의 주 마바따 지부들이 이 명령에 불복하고 있다. 위라뚜 승려의 사원이 위치한 만달레이와 로힝야 무슬림들의 인종학살 현장인 라까잉주, 그리고 최근 마바따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카렌주다. 카렌주는 7월 8일 성명을 발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강하게 저항했다. 현재 마바따는 부다 다르마 사라히타 재단(Buddha Dharmma Parahita Foundation)으로 이름만 바꾸고 증오 설교를 계속 퍼뜨리고 있다. 

<미얀마 무슬림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이 재단의 부대표 줴가빈 자야도(Zwegabin Sayardaw)는 , 지난 2일 ‘마바따 카렌지부 출범 4주년 기념 설교’에서 어떻게 무슬림을 쫓아내고 순수한 불교도 마을로 만들지에 대한 ‘노하우’를 전했다. “(불교도) 주민 모두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무슬림을 공격하면서 마을을 떠나라고 으름장을 놨다. 무슬림 가옥과 모스크를 파괴하고 가옥은 24곳 가량 파괴한 것 같다. 모스크가 사라진  자리에 파고다를 세웠다. 이후 무슬림은 그 마을에 못 들어오지 않겠나.” 

줴가빈 자야도의 설교 마지막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종족과 종교를 수호하기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태국 방콕=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lee@penseur21.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photo pick

쿠키영상

1 /
5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