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출범해 신동빈 '원 리더' 부상…추가 순환출자 해소는 과제

일본과 결별하는 '뉴 롯데'…경영권 싸움 사실상 종결, 화학·금융계열 처리 관건

기사승인 2017-10-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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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출범해 신동빈 '원 리더' 부상…추가 순환출자 해소는 과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재계 4위 롯데 지주회사가 2년만에 탄생했다. 롯데제과 등 계열 4개사 투자부문이 합쳐서 만들어진 지주회사는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개선과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다. 

12일 롯데그룹은 서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에서 롯데지주 출범 기념식을 가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롯데지주의 출범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룹은 이날 오전에는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롯데지주회사 출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맡은 황각규 대표이사는 "지난해 투명한 경영구조의 실현을 약속했으며 올해는 이런 약속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 거대공룡 롯데지주, 자회사 42개사 거느려…사실상 '원 리더' 지배 확립 

새로 출범하는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 3576억원, 자본금은 4조 8861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이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138개사가 된다. 

앞서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롯데지주 출범으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으로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로 명실상부 '원 리더'로 떠올랐다. 한국 롯데계열사는 27.2%를 차지하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2.0%로 이 같은 우호지분을 다 합치면 42%가 넘어간다. 

다른 오너들의 지분은 줄어들었다.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를 표했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가지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팔며 0.3%의 지분을 차지해 지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신격호 회장은 3.6%,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은 4.5%에 그친다.

간담회에서도 롯데는 경영권 싸움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평가했다.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관련해서 수 차례 이벤트가 있었지만, 확고하게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신동주 회장이 주식매수청구를 통해 지분 대부분을 정리했고, 지분관계상으로는 확고하게 결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지주회사 출범으로 67개인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다. 당초 18개로 줄일 거라는 예상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롯데건설이 보유 중이던 롯데쇼핑 주식 30만19주(지분율0.95%)까지 전량 매각하면서 고리를 끊어내는 데 주력했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내며 경영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다. 

또 42개 자회사에는 롯데쇼핑이나 롯데칠성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이 포함돼 안정적인 출발을 했다. 롯데지주는 별도 사업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관리하고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와 신규사업 발굴 및 M&A 추진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브랜드 수수료는 계열사 매출액의 0.15%로 확정됐다. 

롯데지주는 기존 경영혁신실을 흡수해 1개 실을 줄여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준법경영실, 경영개선실 등 6개실 17개팀으로 구성되며 전체 임직원수는 170여명 규모로 출범한다. 지주사 아래의 기존 4개 BU 체제는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 순환출자 고리 해소, 핵심계열사 포함 등 남은 과제도 산적 

샴페인은 터뜨렸지만 아직 과제는 산적해 있다.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남은 1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6개월 뒤인 내년 3월까지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지분을 매각하며 순환출자를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이다.

또 아직 롯데지주에 포함되지 않은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를 자회사로 포섭해야 명실상부한 지주회사로서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2년 안에 지분율이 충분치 않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의 지분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히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봉철 부사장은 아직 편입되지 않은 자회사에 대해 "현물 출자나 주식 추가매수, 분할합병 등을 통해 자금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계열사로 편입해 지주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10여개에 달하는 금융계열사의 처리도 문제다. 현재 롯데지주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2년안에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이나 롯데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가진 회사들이 지주회사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언제 처리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봉철 재무혁신실 부사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이 될 지 모르지만 기대하고 있고, 허용이 안 될 경우에는 매각이나 분할 합병 등 다른 방법으로 정리를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실제로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가교 역할을 해 왔던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해야 한다. 일본 계열 비중이 대부분인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이 비중이 줄어들며 확고하게 주도권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경우 꾸준히 가치를 높이며 사드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적당한 시기에 상장하려는 심산이다. 
 
임병연 가치혁신실 부사장은 "호텔 같은 경우는 글로벌 50개 지점까지 키우려고 하고 있으며  구체화되면 향후 또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봉철 부사장은 "사드 문제도 있어 호텔롯데 상장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롯데지주는 자회사로 있는 42개사의 주요 계열사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착실한 수익을 내고 있는 롯데정보통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 등을 상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롯데는 원활한 상장 작업을 통해 지난달 롯데정보통신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추진한 바 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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