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적극적 유지요법,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

기사승인 2017-10-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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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적극적 유지요법,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글·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

[쿠키 건강칼럼] 최근 한 20대 혈우병 환자가 캐나다로 6개월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또 다른 환자는 장기간 세계 여행 중이라고 한다. 정상인과 같은 생활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됐던 혈우병 환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꿈을 찾아 다양하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혈우병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으로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혈우병은 ‘피가 멈추지 않는 병’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다. 따라서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이 혈우병 환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부 활동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들 많이 묻는다. 물론 혈우병 환자들이 상처가 나면 지혈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고, 치명적인 뇌출혈, 등과 같은 출혈은 즉각적인 진단과 입원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출혈은 드물게 발생하며 혈우병 환자들의 대부분의 출혈은 관절과 근육에서 발생되며 본인 스스로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농축한 제제를 자가주사하여 대부분 쉽게 조절할 수 있으므로 외부활동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특정 관절에 반복되는 출혈은 영구적인 관절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혈우병 환자의 일상적인 활동에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출혈의 관리와 예방은 혈우병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실, 과거에는 출혈이 있을 때만 치료제를 투여하는 ‘보충요법’을 시행했으나, 지금은 출혈과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유지요법’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유지요법’을 통해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은 보다 나은 치료 결과를 위해서도 긍정적이지만, 출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권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도 소아 환자를 중심으로 유지요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실제 어려서부터 유지요법을 한 환자의 경우 나중에 관절병증(관절 변형)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즉, 유지요법은 관절 출혈의 빈도를 낮추고 이를 통해 근골격계 기능을 보존함으로써,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치료제의 투여 빈도 역시 환자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 진료 볼 때면, 환자들은 빈번한 정맥 투여에 대해 부담을 종종 토로한다. 유지요법(예방요법)을 위해 출혈이 없어도 매주 2~3차례 정맥주사를 맞아야만 하는 것은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많이 부담스럽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주사를 맞으면, 혹시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한다.

따라서 ‘덜 빈번한’ 주사제 투여는 복약순응도 개선뿐만 아니라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최근에 허가 받은 혈우병 치료제들은 반감기를 늘려 투여 빈도를 줄였다. 이러한 신약의 출시는 궁극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의 보다 나은 치료 결과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환자들은 치료 환경의 개선과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기다린다. 특히 혈우병과 같이 오랜 치료를 수반하는 질환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대하는 입장으로서, 최근 혈우병 환자들이 일반인과 같이 주체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변화를 바라보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일은 없다.

예전에는 혈우병 환자라면 피할 수 없었던 활동의 장애, 제한 등이 이제는 치료를 통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신약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유지요법’으로 더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활기차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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