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매몰돼 ‘사람’ 없는 미세먼지 대책

보건의료계, 국민건강 중심 통합적 관리정책 필요성 강조

기사승인 2017-10-2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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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미세먼지의 정도가 날씨와 함께 전국으로 예보되기 시작했다. 당시 환경부는 국민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기질을 제공해 국민의 건강과 재산, 실생활과 산업 활동 등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보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최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9.26 미세먼지 관리종합대책’에서조차 진정한 의미의 국민 건강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19일 개최된 ‘대한예방의학회 7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미세먼지 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배출량을 비롯해 ‘숫자’에 매몰된 나머지 화력발전소 및 경유차 관리정책 등 각종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정책의 추진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는 따끔한 질타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사회 및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상회하는 일들이 잦아지며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 관리체계 수립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주현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대기환경연구실장(사진)은 “건강중심 미세먼지 관리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면서 배출량에서 농도로 변하고 있는 현 미세먼지 관리정책을 궁극적으로는 위해도 중심, 사람 중심으로 설계해 정책의 진정한 목적을 추구해야한다는 뜻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만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사망한 사람이 700만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연간 2만명이 조기사망하고, 80만명이 폐 관련 질환을 겪는 등 12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9.26 미세먼지 관리종합대책’조차 국민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국민건강에 대한 선제적 보호조치라며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현행 50㎍/㎥에서 35㎍/㎥으로 낮추고 민감계층의 이용시설 내 미세먼지 유지기준(PM 2.5)을 신설한 정도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018년 상반기까지 응급감축조치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 일시중단 ▶공사장 등에 대한 집중 점검 ▶경유 어린이 통학차량을 LNG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고 실내체육관 및 공기정화장치 설치 등 민감계층 활동공간 개선에 나선다.

이후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중장기대책으로 ▶배출량 감축목표를 종전 14%에서 30%로 상향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7기 폐기 등 사회 전부문에 걸친 획기적 저감정책 추진 ▶한ㆍ중 등 국제협력 강화 ▶환경서비스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숫자 매몰돼 ‘사람’ 없는 미세먼지 대책
이와 관련 주 실장은 “기존보다 강화된 규제가 추진될 예정”이라며 “다양한 이해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국민적 합의도 필요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부 다 하겠다는 것보다) 우선순위를 정해 사회적 공감과 이해, 의지를 유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정책지원단을 설립해 건강중심의 목표를 설정하고 앞서 발표된 내용에 포함해 기상 및 지역적 특성,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한 통합적ㆍ세부적 미세먼지 제도설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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