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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고독사’ 문제 해결하려면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고독사’ 문제 해결하려면

정진용 기자입력 : 2017.10.30 13:40:02 | 수정 : 2017.10.30 13:40:05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 한 빌라에서 A씨(62)가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두고 발생한 '고독사'였다. A씨의 가족들은 그를 자주 찾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에는 부산 연제구 한 원룸에서 B씨(29)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취업이 오랫동안 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집에선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 지난 5월 대구 수성구에서는 C씨(36·여)가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그는 가족과 10년 동안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씨에게는 그를 찾을 지인도, 직장 동료도 없었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29세 여성이 홀로 죽음을 맞았다.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진행 속도도 빠르다. 다만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개념이다. 지난 1952년 ‘존재의 용기(The Courage to Be)’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폴 요한스 틸리히(Paul Paul Johannes Tillich)는 고독을 외로움과 구별해서 정의했다. “외로움(loneliness)’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하지만 고독(solitude)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Loneliness  expresses the pain of being alone and solitude expresses the glory of being alone.)”

좀 더 부연하자면, 외로움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계가 단절됐을 경우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은 우울과 불안 등을 동반한다. 반면 고독은 스스로 사회공동체와의 접촉을 끊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자발적인 고립은 ‘자유로움’을 품고 있다. 예를 들어 종합편성채널 MBN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진들은 고독 속에서 자유를 즐기며 살아간다. 이를 고려할 때 ‘고독사(the lonely death)’라는 단어 자체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차치하고 ‘홀로 맞는 죽음’, 고독사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8월29일 영국 채널5에서 ‘독방에서(In Solitary)’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5명의 참가자를 5일간 독방에 가두고 CCTV를 통해 관찰하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도 사용할 수 없었다. 참가자 중 1명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독방에 갇힌 지 3일째 되는 날 구토와 혼잣말을 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결국 참가자 5명 중 2명은 5일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심리학에는 ‘감각박탈(sensory depriv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주선 내에서만 생활하는 우주비행사와 무너진 갱도에 갇힌 광부 등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감각자극의 결핍을 경험한다. 자의적으로 사회공동체를 벗어나더라도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관계가 차단되면 빠른 속도로 지루함을 느끼고 더 나아가 환각까지 경험하게 된다.

고독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마음에 담은 채 살고 있다. 이들은 궁핍한 경제 사정을 이유로 대인관계를 줄였다. 이어 지인들과의 연결고리마저 끊어지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노인 고독사는 자녀들과의 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무연관계 속에 있는 자신을 비판하면서 발생한다. 

1967년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박사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 심리학지에 ‘외상성 충격 극복 실패(Failure to escape traumatic shock)’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실험에 사용된 개는 외상성 충격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외상성 충격에 적응한 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학습화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지칭했다. 이후 많은 실험에서 무기력도 학습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고독사 발생 횟수를 줄이려면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1인 가정과 청년들의 대인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기력한 그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어떤 경험을 쌓느냐가 고독한 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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