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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제주도 뿌리 내린 루시드폴 “귤도 사람도 땅이 중요해”

제주도 뿌리 내린 루시드폴 “귤도 사람도 땅이 중요해”

인세현 기자입력 : 2017.11.01 00:02:00 | 수정 : 2017.11.07 15:24:18

사진=안테나 제공

가수 루시드폴의 연관 검색어는 귤이다. 몇 해 전부터 제주도에 내려가 귤 농사를 지으며 음악 생활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앨범은 홈쇼핑에서 귤과 함께 판매해 완판을 거두기도 했다. 최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은 귤과 함께 판매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귤이 많이 열리지 않아 계획이 무산됐다”고 말문을 열며 웃음을 보였다.

루시드폴이 귤 대신 음악과 함께 준비한 것은 글이다. 연구원에서 전업 뮤지션으로 농부로 변신을 거듭해온 그가 이번에는 작가로서 에세이 형식의 책을 음반과 함께 펴낸 것. 책에는 이번 앨범에 관련된 산문이 담겼다. 이에 관해 루시드폴은 “어느 순간부터 CD 형식의 음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책 뒤에 CD가 첨부된 형태의 앨범이에요. 출판사나 회사 관계자도 처음에는 개념을 어려워 하셨지만, 이번에 낸 것을 앨범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4년 전 여섯 번째 앨범을 낼 때부터 CD 형식의 음반에 대한 고민이 생겼죠. 제가 어릴 적 만해도 CD는 꿈의 매체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음반 형태에 대한 딜레마와 고민이 컸어요. 스스로 ‘우와’할만 한 것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 고민으로 6집 앨범은 USB 음반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죠. 지난 앨범은 귤과 묶어봤고 이번엔 책이에요.”

책에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루시드폴은 책에 관해 “CD 형태 앨범에 첨부된 북클릿을 확장한 내용”이라고 간단히 소개했다. 가사를 비롯해 앨범을 만들며 고마움을 느낀 사람 등을 적었다. 더불어 노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녹음 과정을 기록했다.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귤 농사 이야기와 제주도 생활을 담은 사진도 있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 작업을 제주도 작업실에서 진행했다. 루시드폴이 직접 지은 오두막 작업실이다. 오두막은 루시드폴이 원하던대로 천장이 높고 음악의 울림이 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루시드폴은 “지난 앨범은 모든 작업을 안테나에서 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작업을 할수록 작아도 좋으니 내가 편한 자세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업실을 짓게 된 배경을 밝혔다. 농담처럼 “오두막을 지어 작업해 볼까”라고 말한 것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 시기와 운이 모두 좋았다는 설명이다.

“농담처럼 말했던 게 현실이 됐어요. 재작년 여름에 저와 딱 맞는 과수원과 인연이 닿았고 집 짓는 것을 가르쳐주는 친구들이 생겼죠. 이번 ‘안녕,’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친구들과 작업실을 함께 지었어요. 비현실적인 일인데 하나씩 연이 닿으며 이뤄졌어요. 아직 꿈같아요. 덕분에 이번 앨범은 새소리, 벌레소리와 함께 녹음했어요.”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도 오두막에 다녀갔다. 이상순은 이번 앨범 2번 트랙 ‘은하철도의 밤’에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로 참여했다. 처음엔 앰프를 빌려 직접 연주하려고 했는데, 앰프가 너무 무거워 이상순의 작업실에서 연주를 마쳤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의 이진아도 타이틀곡 ‘안녕,’의 피아노 연주에 참여해 음악적으로 힘을 보탰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땅’이라고 생각한다는 루시드폴은 자신의 또한 살고 있는 환경과 장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자라 스웨덴, 스위스, 서울을 거쳐 이제 제주에 뿌리 내린 루시드폴은 “조용한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지금 환경에 대한 만족을 드러냈다.

“생각해 보니 지난 20년간 5년 이상 같은 도시에 산 적이 없더라고요. 장소가 참 중요한데 떠돌면서 살았어요. 저는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이 정말 좋아요. 지난날을 떠올리면 아련함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여긴 정말 조용한데 아침엔 새소리 저녁엔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죠. 그런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더라고요. 뮤지션에게도 인간에게 결국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루시드폴은 지난 30일 여덟 번째 정규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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