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치매치료 근거, ‘대국민 사기’ 수준?

기사승인 2017-11-05 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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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치매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한의계가 제시한 근거들이 오류와 검증조작 등으로 점철된 오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노인의학회는 5일 개최한 ‘27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치매국가책임제 한의사 참여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 하지 않은 한의계의 치매치료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근거로 한의계가 치매국가책임제 참여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제시한 한방사업들의 문제점을 나열했다. 거론된 사업들은 서울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 의정부 한방 경도인지장애 사업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서울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문제점은 대상자 선정 문제였다. 서울시가 노인들의 치매와 우울 예방관리를 위해 시행했던 사업의 대상자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과값을 제대로 도출할 수 없는 엉터리였다는 설명이다.

한의사 치매치료 근거, ‘대국민 사기’ 수준?양현덕 노인의학회 학술이사(사진)는 “사업 대상자 선정을 위해 치매선별용 간이정신상태검사(MMSE-DS) 상의 인지기능저하자를 대상으로 수행했지만 치매선별검사만으로는 치매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적 정설”이라고 말했다.

사업대상자가 신경인지기능 검사와 일상생활능력 평가 등 정밀검사를 통해 치매로 진단된 이들이 아닌 정상인일 가능성도 있어 이들을 사업에 포함시킨 서울시 사업의 결과로 제시된 한방 치매치료의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양 이사는 “서울시 최종보고서에는 안정성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혈액검사에서도 사후 간수치가 유의적으로 상승한 사례가 있었으며 일부에서는 간기능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의 경우에도 서울시와 같이 선별검사도구만으로 결과를 도출했으며, 이렇게 밝혀진 치료성과가 비정상적으로 확대해석 됐다는 해석이다. 인지장애의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업적 수준의 인지기능개선이 있었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들이 대상으로 포함됐을 가능성의 반증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의정부시 한방사업은 침, 뜸, 영양제, 웃음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병행됐음에도 연구논문에는 이들을 배제한 채 조등산과 당귀작약산 등의 한약만으로 치료했다고 기재해 인지기능과 노인우울증을 한방만의 효과로 오인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양 이사는 “이들 지자체 사업의 공통적인 문제는 진단이 정확치 않았고 연구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독성평가가 존재하지 않거나 과소평가됐다는 것”이라며 “무조건 한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연구가 안 됐으며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입해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의학회 임원진들과 함께 “정책적 어려움이나 일시적 편의를 위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의학적 치료법을 끌어들인다면 향후 이를 바로잡는 것에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것은 자명하다”면서 정책적, 정치적 결정이 아닌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8월 24일 치매국가책임제 시행과정에서 한의학의 역할강화는 필수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국가시책에 한의계가 적극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한의계는 이미 수많은 학술논문과 연구결과로 검증된 한의학적 치매 예방 및 치료를 바탕으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기여를 할 준비가 돼있다”며 23일 국회에서 열린 ‘치매국가책임제의 시행에 따른 한의학적 치매 관리방안’ 토론회 내용을 간추려 전했다.

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오제세 의원이 치매관리에서 한의약의 도입을 지지했고,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도 한의계 현안해결에 적극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치매질환의 한의학적 예방, 치료 및 관리 ▶보건소 치매관리센터의 한의약 활용 현황 및 과제 ▶지역 한의 치매관리사업 보고 ▶알츠하이머와 인지장애 치료의 최신지견을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발표 후에는 ▶한의계 참여방안에 대한 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일련의 논의 중심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한의학의 치매치료 우수성에 대한 설명과 이를 바탕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일조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와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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