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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철원 총기사고 50일…문제의 사격장, 어떻게 됐을까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입력 : 2017.11.13 06:00:00 | 수정 : 2018.02.05 15:05:22

지난 9월26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 있는 77포병대대 영내 개인화기 자동화사격장 뒤편 전술 도로에서 육군 6사단 소속 고(故) 이모(22) 상병이 숨졌다. 사인은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이었다.

국방부는 뒤늦게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사후약방문격이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사격장에 대해서 즉각 사용중지를 조치하였다고 밝혔다. 또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매뉴얼 등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약 50일 째. '죽음의 사격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난 7일 77포병대대 영내 사격장을 찾았다.

먼저 사고 당일 고 이 상병 등 28명이 작업했던 진지를 찾았다. 취재진은 강원 철원군 철원읍 독서당길 DMZ 캠핑장을 지나 금학산에 진입, 어렵지 않게 진지로 올라갈 수 있었다. 금학산 600고지 지점에 위치한 방어진지 벽에는 월동준비를 위한 방한지가 붙어있었다.  

방어진지에서 사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먹만한 돌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또 사격장은 높은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었다. 총성이 메아리처럼 울릴 수 있는 구조다.  

전술도로를 따라 15분쯤 걸어 내려갔을까,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나타났다. 이번 총기사고가 발생한 뒤 새로 설치된 안전장치다. 그러나 철조망은 일부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다. 철조망을 우회하면 어렵지 않게 사격장으로 향할 수 있다.

30여 분 걸어 내려가자 이중으로 설치된 철조망이 또다시 나타났다. 이 역시 이번 사고 발생 뒤 생긴 안전장치다. 사격장은 이미 사용 중지 됐음에도, 철조망 앞에는 ‘사격중’이라고 쓰인 경고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옆에는 빨간색 전화부스가 있었다. 부스 위쪽에는 ‘2번 안전초소’라고 쓰인 명패가 붙어있었다. 파란색 화살표로 우회도로를 가리키는 이정표도 눈에 띄었다. 모두 새로 설치된 것들이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사고 당시에는 철조망과 안내판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른쪽으로는 77포병대대 사격장 관리부대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이날 오후 3시10분 부대 인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군사기밀인 부대 모습을 등산객이 어렵지 않게 지켜볼 수 있었다. 

철조망을 우회해 가려던 중, 취재진을 가로막는 6사단 소속 한 대위를 만났다. 이 간부는 “군사지역인데 어떻게 들어왔느냐”며 “당장 돌아가라”고 따지듯이 요구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해당 구간은 민간인이 오갈 수 있는 통행로라고 알려져 있었다. 결국, 취재진은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대위는 이후에도 취재진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취재진이 그에게 “사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군사지역이 맞느냐”고 묻자 “알려드릴 수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취재진은 사격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보다 본질적인 사격장 자체에 대한 안전대책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인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안내판은 진작 설치됐었어야 했다"며 뒤늦은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 2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국방부는 사격장 건설 주체를 묻는 정보공개청구에 "사격장 부지선정 문서와 시공계획, 공사 주체 및 시공회사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사격장 부실 시공·관리 책임은 그 누구도 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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