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은 간호사에게 굶고 화장실 가지 말란 적 없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핵심 관계자, 파업 사태 입 열어

기사승인 2017-11-17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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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 파업이 39일째를 넘기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분야 ‘비정상의 정상화’란 슬로건을 내걸고 청와대로의 행진 및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을지재단을 위시한 을지의료원의 입장이란 ‘당혹’, ‘난감’ 등으로 정리된다. 을지병원 파업 사태 이후 침묵을 지켰던 을지재단 측은 박준영 전 이사장의 ‘호소문’을 비롯해 교수협의회 및 서울과 대전 을지병원장의 입장 발표 등이 연이어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쿠키뉴스는 15일 을지대학교와 을지병원의 대내외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을지재단운영본부 ㅇ홍보부장을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ㅇ부장은 재단의 내밀한 사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일괄되게 “병원은 최선의 제안을 노동조합에게 줬다”며 사실상 파업의 해결은 노조의 ‘양보’에 달렸다는 논지를 폈다. 다음은 ㅇ부장과의 일문일답. 

 

- 을지병원 파업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을지재단은 어떻게 풀어갈 방침인가. 

“재단 업무에 대해선 잘 모른다.”

- ‘재단운영본부’ 소속 아닌가. 

“서울과 대전 을지의료원과 을지대학교 홍보를 총괄할 뿐이다. 재단운영본부는 재단일을 해서가 아니라, 병원과 대학에 대한 대내외 홍보를 다룰 뿐이다.”

-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시작은 을지병원의 처우에서 불거졌지만, 사비로 병원 물품 구매하는 행태가 폭로되는 등 구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총체적인 해결 방안을 갖고 있는가.

“병원의 열악한 임금은 우리도 인정한다. 개선 의지도 있다. 다만, 임금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대해선 입장차가 있다. 타 병원 평균과 비교해 낮은 건 분명하지만 어느 위치인가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임금 개선의 척도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서 노사가 이견이 있다. 노조는 타병원의 60%라고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다.” 

- 병원은 그럼 어느 정도라고 보는 건가.

“31개 병원 평균 임금을 조사해보니 대전 을지병원은 81% 가량이었다. 노원(서울)은 79% 정도 된다.”

- 노조가 주장하는 타병원 임금의 60%수준보단 높다 이건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임금이 높다는 이야긴 아니다. 개선하겠다고 몇 차례 밝혔다. 작년 임금은 전년 대비 8.3% 올렸다. 그게(인상률이) 다른 곳에 비해 낮은 건 아니지 않나.  8.3%이면. 올해 병원이 제시안 인상률은 9.7% 가량 된다. 그럼에도 노조는 부족하다는 거다. 여기서 입장차가 좁혀지질 않고 있다.”

- 간호사 이직률이 높고 장기근속이 낮다고도 한다. 

“높은 이직률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 거듭 말하지만 낮은 임금은 인정한다. 개선 속도의 문제다. 사측이 제시하는 게 노조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사측도 노조의 요구대로 올려주면 좋겠지만, 대전과 서울의 의료수익이 다른 곳보다 높지 않다. 타 병원보다 임금이 낮다고 하지만, 의료수익은 타 병원보다 더 낮다.”

- 말인즉슨, 의료수익 대비 임금을 비교하면 엇비슷하다 이말인가.

“의료수익이 낮으니 다른 곳보다 월급 적게 주겠다는 건 아니다. 노조에게 의료수익은 낮지만 임금개선위원회를 구성해 2020년까지 타 의료기관 평균 임금 수준까진 맞추는 것을 논의하자고 전했다.”

- 이번 파업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제안한 것인가. 

“노사조정안에 이 내용이 포함됐다. 그걸 노조가 거부하고 ‘더 더 (달라)’ 하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의정부 을지병원은 신축함에도 직원 임금 인상에는 인색하단 지적이 나온다.

“임금 개선을 못해준단 게 아니다.”

- 현상만 보면, 병원 지을 돈은 있는데 월급을 올려줄 돈이 없단 걸 대중이 과연 이해하겠느냔 이야기다. 

“속도의 차이다. 과속하다가는 전체가 엉클어질 수도 있으니까 속도를 지켜가면서 맞춰가잔 것이다.”

- 간호사들이 사비로 병원 물품을 구입하는 건 어떻게 보나.

“부끄러운 이야기다.”

- ‘관습’처럼 이 같은 일이 강요되어 온 것인가. 

“병원에서 물품을 지급하지 않아서 간호사들이 자비로 산 건 아니다. 물품은 지급하지만, ‘어이없이’ 손실 되는 게 있지 않는가. 가령, 어디서, 누가 분실한지 모르는 물품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간호사들이 소명 절차가 귀찮아 그냥 ‘우리 돈으로 사자’고 된 게 점점 쌓이다 보니 관행적으로 굳어진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러한 관행이 작용하고 있었다면 이 역시 병원의 잘못이다.”

- 이 같은 관행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건가. 

“병원 각 부서장들이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체조사 결과, 올해 물품 구입에 든 자비 총액은 300만 원가량이었다. 고작 300만원 때문에 병원 얼굴에 먹칠을 했느냐고 향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 간호사들이 굶고 화장실에도 못가면서 일을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절대 아니다.” 

- 취재 결과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 같이 증언했다. 이미 언론 보도로도 나온 이야기다. 

“보도된 내용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 (직원들의) 주장일 뿐이다. 아무리 시스템 잘된 병원이라고 해도 직원들에게 불만을 소원수리해보라. 이런 이야기가 안 나오는 곳이 없을 것이다.”

-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일반화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회사가 다 그렇지 않나. 회사에선 일을 주려고 하다 보니 직원의 업무량은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다. 나도 전 직장에서 14시간동안 일하곤 했다. 직원 입장에서 불만을 할 수 있겠지만 (일반화할 순 없다).”     

- 정리하면, 상황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해프닝이란 건가. 

“당연하다. 어느 직장이 밥도 먹지 말고 화장실도 가지 말라고 하겠는가.”

- 신입 직원은 부서장이 의무적으로 식당에 데려가서 밥을 먹이지만, 기타 직원은 굶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란 말도 결국 관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관리를 못한 병원의 문제일 것이다.”

- 이런 불만이 쇄도하면, 병원 차원의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 않나.

“조치를 할 것이다. 병원 물품과 더불어 이러한 일들이 이토록 큰 문제가 될 줄 알지 못했다. 일하다보면 내 돈으로 회사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 그걸 갖고 매번 회사에 내 돈을 썼다고 (볼멘소리를) 하진 않지 않나. 그런 문제 정도로 생각했다. 상황 파악 후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 중이다.”

- 파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일부 병동과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들었다. 

“외래진료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전체 600병상 중 현재 200병상 가량이 운영 중이다. 병동 운영은 줄여나가고 있다.”

(병원은 현재 단기인력을 채용해 외래진료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을지병원은 간호사에게 굶고 화장실 가지 말란 적 없다”

- 박준영 전 이사장은 ‘호소문’을 통해 현 사태의 원인을 노조에 돌렸다. 일각에선 책임 당사자가 대안을 내놓지 않고 사임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꼼수’가 아니다. 본인(박준영 전 이사장)이 있으면 뒤에서 조종을 한다는 둥 말이 나오니 신경을 안 쓰겠다. 노조와 병원이 잘 해결해라는 의미다. ‘알아서’ 빨리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라는 차원에서 사임한 것이다.”

- 최종 해결의 열쇠는 병원장들에게 있다?

“그렇다.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도 병원장이 들어가고 있다.”

- 이 사태를 바라보는 병원장의 입장은 무엇인가.

“앞서 밝힌 부분과 같다. 병원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안을 했다. 이러한 제안이 계속 거부당하니까 병원장도 답답해하고 있다.”

- 병원의 제안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태는 끝나지 않나.

“내가 답변할 내용은 아니다. 어떻게든 합의 방향을 찾을 것이다.”

- 파업과 관련해 더 할 말은 없나. 

“(언론이) 도와 달라.”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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