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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국정원이 사랑한 5만원권

국정원이 사랑한 5만원권

정진용 기자입력 : 2017.11.20 10:41:54 | 수정 : 2017.11.20 10:42:06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5만원권을 애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7일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매달 특수활동비(특활비) 1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활비 전달 과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청와대 연무관 옆길로 차를 몰고 나오면 이 전 기조실장이 그 차에 올라타 서류가방을 건네줬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입니다. 국정원은 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5만원권 띠지를 모두 제거하고 1000장씩, 5000만원 다발 2개를 만들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매달 보낸 특활비 800만원은 잡지 사이에 돈 봉투를 끼워 건네는 방식으로 전달됐습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장은 매달 초 서울 한 호텔 커피숍에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만나 잡지 한 권을 전달했는데요. 잡지에는 각각 조윤선 전 정무수석 몫 500만원, 신 전 비서관 몫 300만원이 든 봉투 2개가 끼워져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모두 5만원권으로 채워진 봉투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변호사 수임료 4억원 가량을 전액 5만원권으로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고액 지폐권 발행이 지하경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결국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5만원권의 등장은 '검은돈' 거래를 용이하게 해줬습니다. 1만원권으로 500만원을 건네려면 최소한 서류봉투나 가방이 필요합니다. 5만원권 100장의 두께는 1.1cm에 불과합니다. 종이 봉투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죠. 뇌물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던 '사과 상자'도 옛말입니다. 이제는 '007 가방' 하나면 충분합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원이 5만원권의 최대 수혜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는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을 보니)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5만원권의 신권 발행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7조4000억원이었던 5만원권 발행 규모는 지난 2014년 11조원, 지난 2015년 12조8000억원, 지난해 13조4000억원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작 현금을 쓰는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 같은 신권 발행 현황은 화폐 유통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회수율도 가장 낮습니다. 지난해 5만원권의 회수율은 49.9%였습니다. 1만원권 회수율(107.3%)의 절반에도 못 미쳤죠.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발행된 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습니다. 이번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고액 지폐권이 자금세탁, 뇌물수수 등 범법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더 짙게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5만원권과 지하경제 연관성은 현실적으로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5만원권에 항상 '검은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5만원권 환수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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