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건물

기사승인 2017-11-21 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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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건물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강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됐다. 정부는 합동점검을 벌인 끝에 지진 피해를 비교적 크게 입은 포항 북부의 수능 고사장 4곳을 남부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 수능 고사장에서 제외된 포항고의 경우 지진 당시 학교 일부 외벽이 무너져 내렸고, 체육관 한쪽 면이 크게 갈라지는 등 충격이 컸다. 수능이 맞물린 상황에서 학교 건물의 내진 성능은 이내 도마에 올랐다.

16일 행정안전부가 밝힌 전국 학교의 내진율은 매우 취약했다. 지난해 기준 내진 성능이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 학교는 6829곳으로 전체(2만9558곳)의 23%에 불과했다. 전체 공공시설물 중 가장 낮다. 나머지 75%가 넘는 대다수의 학교는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보강 속도 또한 더디다. 지난해 성능이 보강된 학교는 102곳이다. 내진 성능을 갖춘 학교 건물의 증가율은 연간 0.5% 포인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지진에 취약한 학교시설의 내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20년이 소요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까마득한 얘기다. 그만큼 내진율이 낮은 학교는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올해 내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쏟아 부은 예산은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2500억원 가량이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중이다.

당장 교육시설을 직접적으로 살피는 법안이 필요하다. 지금껏 관계 부처 법령 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안전 관리를 시행해왔다. 이 때문에 교육시설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또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학교의 설계부터 관리까지 단계적으로 아우르는 체계가 세워져야겠다. 더불어 내진율을 높이는 작업이 오래 걸린다면 적어도 학교의 대피 매뉴얼만큼은 보다 충실히 갖춰두는 게 기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연평균 지진 횟수는 1978년부터 1998년까지 19회 정도였지만, 1999년부터 2016년까지는 58.9회로 3배 이상 늘었다. 예전보다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은 맞지만, 대표적 지진 대피 장소로 꼽히는 학교 현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깊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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