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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중 거부감만 자극한 의사들

대중 거부감만 자극한 의사들

오준엽 기자입력 : 2017.11.23 00:06:00 | 수정 : 2017.11.22 20:51:33

“진짜 광고 더럽게 한다. 저것들이 인간인가 싶네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 이재민들 생각하면 절대로 저런 건 못 싣죠.”
“안타깝다. 상황을 보니 본질은 안드로메다로 갈 것 같고 의협은 가루가 되게 욕을 먹겠다.”

이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총회를 거쳐 탄생한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필수, 이하 비대위)에 대한 비난 여론의 단면이다.

단초는 비대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이하 문 케어)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해 신문 형태의 의료기관 비치용 지면(이하 특보)을 배포하고,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등 신문지면 하단광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제공했다.

비대위는 특보에 웹툰 작가인 윤서인씨의 문 케어 비난 만화를 실었다. 신문광고의 배경으로는 일주일 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피해사진을 활용했다. 높은 지지율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문 케어를 ‘젊은이들의 미래를 뭉개버리는 뭉케어’라고 비난하는 광고도 배포했다. 

문제는 웹툰작가인 윤 씨의 과거 이력과 광고 배경으로 쓰인 사진이다. 윤 씨는 앞서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이 숨진 단원고를 말장난의 요소로 활용하거나 위안부 소녀상을 비하하는 표현을 하기도 해 구설에 올랐다. 광고 또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아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비대위 관계자는 “웹툰 제작 논의를 하는 중이었으며 기존에 타 매체에 게재한 만평을 특보에 그대로 옮긴 것이 문제가 됐다”면서도 “정치적 성향이 보건의료 현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고, 좀 더 쉽게 의미를 전하는 방식을 고민하다 연이 닿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광고에 대해서도 “필로티 구조에 대한 위험성 등 구조적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편의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최근 사건을 선정했던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큰 틀에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신중치 못했다”는 뜻도 전했다.

이어 “안정불감증에 대한 문제나 안일한 판단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형식과 외적인 면이 내용과 내적인 요소가 가려져버린 면이 있다”며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도 비대위의 몫이니 좀 더 숙고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국민 정서를 무시했다”거나 “사회성이 결여된 결정”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못한 채 투쟁에 뛰어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식과 뜻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고민조차 부족한데 행동으로 옮긴 결과가 광고와 웹툰 논란으로 표면화된 것뿐이다.

투쟁은 제기하려는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는데서 시작한다. 전하려는 의미를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각인시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대위는 내부에서조차 주관이 뚜렷한 송곳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형국이다.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해도 여론을 설득하고 정부의 정책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동료 의사들조차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비대위 관계자는 행동에 앞서 내부에서 뜻을 모으고 서로 간의 이해도를 높이는 등 의견을 통일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쉽지 않다. (개개 위원들의) 주관이 너무 강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비대위는 그런 이들이 모이는 것이 곳일 수 있다. 물론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나가야할 방향, 전문가로써 제시해야할 대안을 마련하는 등 비대위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내부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많은 논의와 토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장과 판단은 자유다. 그러나 타인의 행동이나 생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타인의 자유를 규제하기 위해 그만큼의 책임과 고민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비대위가 이 관계자의 말처럼 점차 성숙한 모습과 행동을 보여야할 것이다.

적어도 웹툰이나 광고 논란과 같은 일은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재난적 의료비는 없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비대위원이나 비대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하는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길 기대한다.

12월 1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비대위 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비대위가 주장하는 문 케어나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비대위의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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