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솟는 유가…정유·항공‧자동차 업계는 수익 악화 우려

기사승인 2017-11-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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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치솟는 유가…정유·항공‧자동차 업계는 수익 악화 우려

국제원유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산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정제 마진 강세로 내년까지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이익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며 대응하고 있고, 자동차업계도 유가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국내 기준유가로 적용되는 두바이유를 비롯해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모두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0.14달러 상승한 60.92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2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이 배럴당 0.93달러(1.60%)상승한 5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1.8%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도 배럴당 0.31달러(0.49%) 오른 63.8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감산 합의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OPEC의 맹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합의 기간을 9개월 연장하는 데 적극적인 모양새다. 감산 연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감산 가능성도 커졌다 

또한 재고도 줄어 유가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캐나다와 미국을 관통하는 송유관에서 원유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미국에 하루 59만배럴의 원유를 제공하는 키스톤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졌다. 캐나다 에너지업체인 트랜스캐나다는 지난 16일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석유화학 등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정유 업계 내년까지는 호 실적 예상하지만유가 안정화 안 되면 장기적으론 타격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정유 업계 실적은 크게 뛰는 구조다. 낮은 가격에 미리 사뒀던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액, 즉 정제마진이 올라 영업이익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는 일단 정제 마진 강세와 유가 안정화 등으로 내년 실적도 낙관적이라는 전망에 대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 세계적인 신증설 규모보다 글로벌 경기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우호적인 정제마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재성 한화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인 9923억원으로 전망한다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이익 약 1000억원을 반영, 경우 중심의 정제 마진 개선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2018년 영업이익 분기 1조원이 가능하다며 경유 마진 개선을 확신하는 이유는 글로벌 산업생산 회복에 따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 중국, 인도 순수출은 감소하나, 주요 순수입국인 유럽, 남미 등은 순수입이 추가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메리츠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도 최근 열린 ‘2018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를 통해 호실적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의 경우 미국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공급 감소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지난 7월 배럴당 7달러를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8월에는 1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안정세를 보여 지난달까지 9달러를 유지하다 최근 8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제마진도 7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를 줄여 장기적으로 볼 때 정유업계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줄 여지가 많다. 정유업계가 유가 상승보다는 유가의 안정화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가 적당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속될 때 이익률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항공 유류할증료 오르면 매출 감소 우려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분에 따라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티켓 가격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항공업계는 매출 감소를 우려한다.   

각 항공사 재무재표에 따르면 유가가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약 3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미 11월 국제선과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상승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10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는 갤런 당 170.02센트를 기록했다. 11월 운항하는 국제선에는 유류할증료 3단계 요율이 적용된다. 거래에 비례해 4800~34800원이 부과됐다.

12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두 달 연속 3단계 요율이 적용돼 일괄적으로 3300원이 부과된다. 

자동차업계 고유가 지속되면 자동차 유비지 부담↑…자동차 수요 감소”  

자동차업계도 유가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지속상승하면 우리 경제는 고물가-저성장 패턴을 반복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달러 유가가 상승하면 경제성장률(GDP) 0.15%P 하락하고 국민총소득(GNI)0.60%P 떨어진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자동차 유지비 부담이 증가하니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다. 2013년 중고사이트 카즈가 가장 아까운 자동차 유지비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40%가 주유비를 꼽기도 했다. 카즈는 가정의 지출항목 중 자동차 유지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게 늘어가는 가운데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대에 육박하는 주유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던 2013년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세계 생산비중의 5.4%(456만대 생산)를 차지했던 국내 자동차업계가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고유가 등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한 141만대를 기록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가 유가 변동에 내성을 가지는 경제 체질로 개선하도록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예를 들어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에도 원유를 수입해 단순히 정제 가공해서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과 개술 개발을 통한 하이테크 분야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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