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빅데이터 다시 원점으로…다음 과제 무엇?

복지부 "2년 시범사업부터 단계적 추진…특별법 필요, 공론화위원회서 논의"

기사승인 2017-11-2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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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 정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 전략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신랄한 지적이 이어졌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공공기관에 산재돼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계하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먼저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문제 삼았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근거로 삼기에는 절차상·보안상 빈약하다는 것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비식별화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이라며 ”다른 정보와 결합을 하게 되면 식별화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최소한 법률적 장치가 마련되고 비식별화 기술을 위한 제3기구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변호사)는 “특히 개인의 위치나 시간정보는 익명화 처리를 하더라도 외부 정보를 활용해 손쉽게 재식별이 가능하다”며 “한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 병명까지 명시된 청구정보가 똑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또한 현재 비식별수준도 얼마든지 재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요양기관 일련번호를 병상 수, 병상 비율 등을 따져 식별 대체번호를 부여하는데 이것만 추정하더라고 어느정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개개인의 의료·건강 정보가 모인 민감한 개인정보다. 따라서 유출될 경우 개인 또는 사회 전체에 큰 피해를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000만여명의 건강정보가 포함된 표본데이터셋을 민간보험사에 판매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변혜진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내가 병원을 이용한 기록 등 건강관련 기록을 수집한 정보다, 이는 당장 지금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고, 가족력, 사생활 등 삶과 관련된 많은 것을 포함한 정보다, 이 정보를 이용하는 일이 국민 동의 없이 진행될 경우 대대적인 혼란을 초래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빅데이터 사업 추진 이전에 건강정보는 무엇이고, 유전체정보는 무엇이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사업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관련 법안, 보안 문제 등 논의부터 선결하자는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다시 한 번 ‘공공목적’임 확인하고, 사업 추진 과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는 “심평원이나 공단이 업무상 취급하는 처방정보, 진료정보에 관해 정보처리와 보존기간을 분명히 하고, 비식별화 처리 주체역시 공공이 공공적으로 관리, 운용하며, 그 이용목적 역시 공공적 성격 범위 내에서 운영돼야 한다”며 “공공이 법적 근거를 갖고 책임지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는 “지난해 유전체·Health-ICT융합 기반 정밀의료 기술개발사업 위원회에서 참여하고 충격을 받았다. 의료빅데이터, 유전정보, 생활정보(life log)에 이르는 엄청난 정보를 수집·활용하면서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에 놀랐다”며 “법적인 기반없이 가이드라인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더욱 문제다. 원점에서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다시 원점으로…다음 과제 무엇?이와 관련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빅데이터 플랫폼 관련 2년 정도 공공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시범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시민단체, 전문가분들과 정보보안, 법률적 문제 등 전문가들의 논의를 기반으로, 정보보안을 최우선에 두고 시행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와 의료계와 학계,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협의체 또는 공론화위원회를 실행 내용을 심의받으며 추진하겠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늦춰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의 경우 보건의료에 국한해 보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정보보호 차원에서 불안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정보보호와 활용에 관해서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선을 긋고 추진해야 한다. 특별법이 입법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용은 공론화위회 등에서 함께 토론하고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최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배정된 예산인 114억여원 중 31억원을 삭감했다. 또 정보보안 장비 구축 명목으로 7억원을 증액한 상태다. 오 과장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등 절차적 문제에 대해 여러 우려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나가야 하니 일정부분 예산 삭감이 결정됐다. 7억 증액은 후순위 논의로 반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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