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장나라 “무너진 자신감 회복시킨 것? 하병훈 PD의 믿음”

기사승인 2017-11-29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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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고백부부’의 흥행과 호평 뒤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있었다.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살아 움직이며 드라마의 세계관을 완성시켰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배우는 장나라다. 육아와 살림에 지친 가정주부 마진주(장나라)가 “우린 너무 불행하다”고 소리 지르는 순간,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 꿈이 아닌 걸 확인하며 오열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신인, 조연급 배우가 많았던 ‘고백부부’에서 장나라는 등장하는 순간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감과 18년차 배우의 내공을 뽐내며 마진주로서 드라마의 세계를 설득해냈다.

하지만 최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장나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장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초반부를 촬영하며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는 얘기였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 연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완전히 깨진 상태였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제 자신이 너무 의심스러워서 정말 괴로웠죠. 전부터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게 될 거라는 환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당연한 게 아니란 걸 3회쯤 찍으면서 알게 됐어요. 제 최소한의 자신감은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소한도 못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내가 이걸 돈 받고 계속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장나라는 주연을 하면서 매번 스스로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 ‘주인공이니까 이만큼 해야 된다’는 식으로 혼자만의 부담감을 내려놓지 못했다. 장나라는 그때 도움을 준 것이 하병훈 PD라고 언급했다. 하 PD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하병훈 PD님이 ‘나는 나라 씨를 믿으니까 나라 씨도 걱정 말고 나를 믿어달라’고 하셨어요. ‘믿어도 될까’ 싶기도 하고 ‘믿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나중에 첫 방송을 보고 왜 믿으라 하셨는지 알았어요. 제가 만족하지 못한 장면들도 편집으로 다 보완하셨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마음 놓고 연기했어요. 혼자 의심했던 점들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면서 부담감도 반으로 줄고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죠.”

스무 살로 돌아간 마진주를 연기했지만, 정작 장나라는 스무 살 때의 추억이 거의 없다. 데뷔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저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초조해하며 스무 살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는 ‘고백부부’가 장나라에게 특별한 작품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스무 살을 경험한 것처럼 많은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 감정이 격한 장면을 봐도 울지 않는 장나라가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린 장면도 친구들과 바다로 여행가는 장면이었단다. 그런 장나라가 가장 공감했던 건 엄마 역할로 등장한 김미경이 했던 “엄마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 산다”는 대사였다.

[쿠키인터뷰] 장나라 “무너진 자신감 회복시킨 것? 하병훈 PD의 믿음”

“엄마가 저와 헤어질 때 하는 대사였어요. 사실 제가 자녀가 있는 게 아니니까 직접적인 공감은 할 수 없잖아요. 내가 엄마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똑같은 사람인데 자식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이렇게 마음이 달라지는구나 싶어 묘했어요. 저는 진주처럼 과거로 간다해도 돌아가신 엄마는 안 만나고 싶어요. 엄마랑 두 번씩이나 이별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전 지금도 엄마와 얘기를 많이 해요. 신이 우리를 언제 데려가실지 모르지만 누가 먼저 가도 되게 아쉬움이 없을 만큼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죠.”

장나라는 ‘고백부부’를 통해 1년 8개월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MBC PD인 친구의 조언에 따라 긴 시간을 쉬었지만, 앞으로는 덜 쉬고 싶은 마음이다.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제 꿈은 아주 어릴 때부터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였어요. 이게 방향이 틀어지면서 가수가 됐다가 TV 연기를 하게 됐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연기는 달라요. 연기를 안 할 때는 심심하고 재미도 없어요. 그래서 1년에 한 번씩 연기를 하는 게 제 생활에 있어서는 굉장한 이벤트예요. 이만한 빅 이벤트가 없죠. 지금 나이가 돼도 계속 일이 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나이도 어정쩡하고 존재감이 넘치는 스타일도 아니잖아요. 임팩트 있는 외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끊임없이 일이 생기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엄청난 축복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죠.”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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