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프로페셔널’과 ‘대리 게이머’는 양립할 수 없다

기사승인 2017-12-0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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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프로페셔널’과 ‘대리 게이머’는 양립할 수 없다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프로게이머는 언제나 배고픕니다. 그래도 부정적 감정을 참고, 삭이면서 연습에 임하는 직업입니다. 공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하면서요. 이번 선례를 보며 현역 선수들은 그간 쏟아온 노력에 대해 후회와 회의감을 느낄 거예요”

‘사도’ 김수민의 30경기 출전 금지 소식을 전해 들은 한 현역 관계자의 말이다.

그간 숱하게 제기돼왔던 김수민의 대리 게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는 타인 명의 계정의 실력 평점을 올린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해온 이른바 ‘게임 대리 기사’였다.

최근 블리자드는 필라델피아 퓨전 소속 ‘사도’ 김수민에게 공식 경기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오버워치 리그 선수들은 최고 수준의 게임 기준을 준수하고 플레어 커뮤니티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돈을 받고 대리로 다른 사용자의 실력 평점을 올려주는 행위는 이러한 가치에 반하고 블리자드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 여론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쪽이다. 정규 시즌만 해도 40경기일뿐더러, 11인 로스터인 필라델피아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제재 효과는 미미하다. 현역 관계자는 “사회구조든, 스포츠 종목이든 첫발을 떼는 때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통과 관록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이번 징계로 인해 만들어진 선례가 유감스럽다”고 약한 징계 수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프로게이머 지망생 역시 ‘저런 식으로 생활해도 계속 프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징계가 ‘옳지 못한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일벌백계인지를 다시 한번 재고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저히 대리 게이머 아니고서는 선수 수급이 안 되는 지경이었을까. 김수민의 소속팀 필라델피아 퓨전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이들은 그간 김수민의 대리 전적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해온 바 있다. 지난 11월31일 블리자드의 징계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김수민의 인격(Character)이 과거 ‘실수’로 정의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했지만, 믿고 안 믿고는 그들 아닌 팬이 결정할 문제다.

오버워치 리그는 어떤 리그를 지향하는가?

“오버워치 리그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전체 e스포츠 생태계가 어우러져 건강하고 튼튼한 기반을 갖춰야 한다. 오버워치 리그를 프로페셔널한 리그로 만들어 뛰어난 선수들이 꼭 참여하고, 도전하고 싶어 하는 리그가 될 수 있게끔 만들겠다”

오버워치 리그 커미셔너 네이트 낸저는 지난 8월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리그의 청사진을 밝히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때 그가 의미했던 프로페셔널한 리그란 무엇이었을까. ‘대리 게이머도 떳떳이 게임할 수 있는 리그’라면 통상적인 의미와는 다른 듯싶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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