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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알못의면허시험②] 불면허 됐다지만… 장내기능시험까지 ‘이틀’

학과시험 1000문제로 늘어났어도 여전히 문제은행

이종혜 기자입력 : 2017.12.07 09:01:29 | 수정 : 2017.12.07 10:07:16

사진=이종혜기자 촬영

지난달 파주의 한 운전면허학원에 도착했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다들 취득한다는 그 흔한 면허증이 없었다. 2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최단 기간인 5일을 목표로 했다.

올해부터 면허가 따기 어려워져 이른바 불면허가 됐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면허따기가 쉬워지면서 도로 위에 운전미숙으로 인해 증가한 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경력 1년 미만인 초보운전자와 7년 이상인 운전자의 사고율을 비교한 결과, 면허시험 간소화 이전에는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이 1.7배 높았으나 2011년 간소화되고 2015년에는 2.1배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면허시험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면허시험 규정변경 첫 주 합격률을 보면 2011년~2016년 12월까지 각 단계별 합격률은 학과시험은 85%에서 79.1%, 장내기능시험은 89.6%에서 32.2%, 원래 어려웠던 도로주행시험은 큰 차이는 없지만 합격률이 58.5%에서 56%로 떨어졌다.

◇ 기본적인 운전 예의 '배려'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3시간의 학과교육이 시작됐다. 넓은 강의실에 수강생은 3명뿐. 11 과외나 마찬가지인 분위기였다. 강사는 기본적인 운전에 대한 예의인 배려를 강조했다. 자동차의 기본 구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어서 실제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묘사도 해줬다. 잠시 후 치를 필기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제동거리, 도로교통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강사는 속도에 따른 제동거리에 대한 설명을 강조했다. 제동거리가 보통 교통사고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령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제동거리는 길어지게 되며 운전자가 한 눈을 잠깐만 팔아도 순식간에 제동거리는 짧아지게 된다. 강사는 “운전경험 2년 미만의 초보운전자들은 체감속도를 완벽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주행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느린지 이해하지 못한 채 돌발 상황 시 제동거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브레이크페달을 밟는 힘 조절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2교시, 3교시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교통안전교육 영상을 시청한다. 수험생들 사이에는 박수홍 영상으로 유명하다. 야간운전과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8가지의 교육내용이 포함돼있다 

여전한 문제은행식 학과시험

학과 교육 이수가 끝나자 바로 서부면허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강사는 1000문제를 지금은 이해하는 것보다 그대로 답을 외우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단기집중력이 필요했다. 두 차례 정도 2종 보통 학과시험에서 탈락한 한 수험생은 이번에는 진짜 떨어지면 안 된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현행 학과 시험은 여전히 문제은행 방식이다. 730문제에서 1000문제로 늘어났다. 합격 점수는 170, 260점 이상이다. 일반적인 운전 상식을 갖추고 컴퓨터 사용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학원관계자는 시험 전 교육수업을 꼼꼼히 듣고 몇 시간이라도 교재를 끝까지 풀어봐야 한다학과시험까지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기본적인 자동차 조작 요령이나 교통 신호, 도로 상에서 통용되는 예절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언으로 이동 중에도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사진=이종혜 기자 촬영

◇단기 기억 '중요'… 낮은 난이도 '지적' 

시험장에 방문할 때는 사진 3장과 신분증, 현금 5000(신체검사비)을 챙겨야한다. 학원을 통해 접수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가까운 면허시험장에 방문할 때 시험 접수비 7500원도 추가로 납부해야한다.

서부면허시험장에 도착했다. 1층에 도착해 오른쪽에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신체검사가 이어진다. 정보이용동의서에 체크하고 간단한 시력테스트를 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층에서 시험접수를 하고 3층 학과PC시험장으로 들어가자 컴퓨터 30여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있었다. 

입실시간은 따로 없다. 학생들은 해당 PC자리에 앉아 시험 시작을 누르면 그게 시작이다. 시간은 40분에 총 40문제다. 종종 학생들이 들락날락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험 합불 결과는 마지막 문제의 답을 체크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나갈 때마다 얼굴표정에서 학과 시험의 결과가 그대로 드러나곤 했다.  

마지막 40번 문제 답을 체크하자 곧바로 결과가 나왔다. 합격이다. 난이도가 높진 않았다. 짧은 시간에 단기 기억으로 풀면 되는 문제들이었다. 합격하면 앞쪽 카운터에서 합격 도장을 찍어준다.

학원관계자는 “4지 선다에 시뮬레이션 화면 문제의 경우 2가지의 답변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어려워하지만 학원 수강생들의 학과시험 합격률은 여전히 90%를 웃돈다고 전했다.

학원셔틀로 돌아오니 차안의 공기는 변해있었다. 대다수의 학생이 합격을 했지만,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 수험생은 젊은 사람들은 머리 회전이 빨라서 금방 붙나봐”라며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면허 학과시험이 난이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운전면허학과 시험 면허 종별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제1종 면허 572439명 응시해 483141 합격해 84.4% 합격률을 기록했고 제2종의 경우 995597명 응시해 881871명 합격해 88.6% 합격률을 기록했다

한편 운전면허 학과시험의 응시자 평균점수와 합격자 평균점수가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2016년도 법규위반별 교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고건수가 총 22917건이다. 이중에서 안전운전불이행 사례가 124399건으로 전체 사고 대비 5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운전자가 반드시 익혀야 할 최소한의 도로교통법규인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가 너무 쉽고 변화하는 교통법규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내교육·장내기능시험 불과 이틀만에

학원에 도착해 바로 장내교육 2시간이 시작됐다. 기본적인 조작을 다시 반복했다. 가볍게 장내를 한 바퀴 돌고 가장 어려운 직각주차(T코스) 연습이 계속됐다. 계속 반복을 하다 보니 첫째 날과 다르게 감을 잡아갔다. 4교시에는 혼자 장내를 돌고 T코스를 반복 연습했다 

두 시간의 교육을 받자 밖은 어둑해졌다. “23호차 이종혜 씨, 시험 시작하겠습니다는 소리와 함께 바로 장내시험이 시작됐다. 기본적인 조작은 쉽게 통과했다. 좌측 깜빡이를 넣고 경사로를 오른 뒤 좌회전을 했다. 교차로 구간도 무사 통과했다. 

드디어 마의 직각 코스였다. 공식대로 진입에서부터 입말을 차분하게 읊었다. “어깨 맞추고 한 바퀴반, 반 바퀴 풀어주고.무사히 후진까지 성공했다. “인식되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기어변속을 할 필요가 없는 2종 보통이었기에 20가속구간은 문제없었다. 장내를 한 바퀴 돌고 우측깜빡이를 켜자 시험이 완료됐다.합격입니다” 2단계 합격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 

시험 난이도는 상대적이지만 직접 느끼기엔 높지 않았다. 실제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면허 취득 희망자들의 어려움을 상대적인 체감효과로 본다. 2011년 당시 T자 주차와 S자 도로 통과를 없앤 이유는 실제 운전 상황에서의 활용도가 낮고 경험 많은 운전자들까지 탈락할 정도로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장내기능시험 부담이 줄자 합격률은 높아졌다. 간소화 이전인 2010년 약 26402000명이 합격했는데 2012년에는 28263000명으로 7.04% 늘어났다. 그만큼 운전에 필요한 실력과 차량 기능과 안전운전에 대한 기본 개념에 대한 숙지가 부족한 운전자들도 늘어난 셈이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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