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저출산) 문제는 ‘성평등’이야!

여성 돌봄 역할에 천착한 정책 지양돼야

기사승인 2017-12-13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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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외계인의 침공이나, 3차 대전,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멸종보다 (No) 출산으로 인한 위기는 더 사실적이다. 작품 속 군인들은 아이를 안은 흑인 소녀에게 길을 터 준다. 이때만큼은 전투를 멈춘다. 그리고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들은 다시금 서로에게 총탄을 퍼붓는다. 영화는 현실과 다른 듯 같은 맥락에서 맞닿는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에 이른 한국의 내일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이대로 가다간 영화처럼 노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바보야, (저출산) 문제는 ‘성평등’이야!

문재인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됐다. 정부 차원의 저출산 해결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기적절한 조치라는 기대와 동시에 과연 실효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혼재된 반응이 감지된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정책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현재 한국은 어떤 상태일까? 통계청은 올해 9월까지의 출생아수는 27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분기(317000)와 비교해 줄어든 수치다. 올 한 해 동안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30만 명대로 예상된다. 역대 최저다.

역대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6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30만 명대 신생아 출산이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70년대 100만 명에 달하던 신생아수와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을까? 아니다. 지난 2004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2005년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 3차에 걸쳐 기본 계획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걸까. 정부 정책이 간과하거나 놓쳤던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출산은 어떤 문제의 결과라는 점에 천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를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을 장려하거나 지원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가는 단순한 변화는 현실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는 저출산은 사회 및 구성원의 변화에도 불구, 노동과 생활의 질서가 낡은 사회모델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바라본다. , 저출산 대책에는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이 빠져있다는 이야기다.

결혼과 출산은 비례하지 않는다

#장면1. 1932년 스웨덴은 남성 중심주의가 팽배한 사회였다. ‘기혼여성의 취업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공공연할 정도로 남성생태부양자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1963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여성고용율은 53%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1972년 사민당은 임금·가사 노동과 육아에서 남녀의 평등한 권리와 의무 등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젠더계약이후 여성 고용율은 비약적으로 상승, 199086%에 이르게 된다. 사회학자들은 남녀의 동등한 위치를 확보한 스웨덴이 '재조직 및 재건설됐다'고 평가한다.

#장면2. 1980년대 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 데이트업체를 운영했다. 결혼 장려는 물론, 출산을 하면 큰 폭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결과는 처참하다. 현재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 고학력 여성은 1명 이하다.

싱가포르의 출산율 장려책은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는 관점하에 진행된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그러나 결혼을 유도하면 출산율이 상승하리란 접근은 비단 싱가포르만의 실수만은 아니다(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결혼률을 보이지만, 출산율은 매우 낮다반면, 웨덴의 성공은 여성에게만 전통적 돌봄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상황을 사회 구조적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사회 조직(저출산 극복을 포함해)을 위한 더 근본적인 대책임을 보여준다

남녀의 성 역할 이데올로기는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는 저출산이야말로 개인의 선택에 초점을 둔 대책이 아닌 사회제도 개선에 중점을 둬야할 필요성(혹은 당위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반문이 나온다. 

성평등 관점 하에 추진되는 출산율 해결 정책, 이번 정부 5년 안에 가능할까? 정말?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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