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어그로'와 '관심' 사이 남경필

남경필 '어그로'와 '관심' 사이, 그 어디쯤

기사승인 2017-12-14 1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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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라는 말을 아십니까. 인터넷상에서 주로 쓰는 단어입니다. 도발, 골칫거리를 뜻하는 ‘aggravation’의 속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에서 파생된 이 용어는 특정한 행동으로 주위 관심을 끄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대게 ‘어그로를 끈다’고 표현합니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두고 네티즌이 어그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8시10분. 남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문장의 글을 올렸습니다. 어떠한 설명도, 이미지도 없었습니다.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

 남 지사 글이 불러온 혼란은 컸습니다. 일단 그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네티즌은 술렁였습니다. 여기에 갖은 추측이 더해졌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남 지사의 발언을 분석하는 ‘숨은의미찾기’는 약 12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정답이 밝혀진 시간은 다음날 오전 8시. 남 지사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문제의 문구는 이날 오전 열리는 ‘광역서울 도시형성과 수도권 규제혁신 토론회’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죠. 그는 “여러분들께서 받으셨을 충격 잘 알고 있다”며 “오늘 서울과 경기를 하나로 ‘광역서울도’를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저는 현직 경기도지사이면서 이러한 발제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수도권 규제가 철폐되고 초강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며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를 포기한다는 각오와 용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남 지사의 해명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네티즌들은 ‘마케팅’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도지사 자리에 맞지 않는 경솔한 언행이었다고 비판했는데요. 인터넷 반응이 어땠는지 조금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일반 광고도 예고편 잘못 만들면 욕먹는 거 못 봤나요” “농담이든 비유든 간에 완전히 정치 감을 잃었네” “경기도지사라는 사람이 말을 저렇게 합니까” 실제 반응은 더 살벌했다는 점, 조심스럽게 전해봅니다.

[친절한 쿡기자] '어그로'와 '관심' 사이 남경필

 정치권에서도 공세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도 너무 갔다. 경기도 주권자에게 위임받은 머슴이 포기 운운하는 것은 농담도 안 될 주권모독”이라고 꼬집었고요, 양기대 광명시장은 “남 지사님, 노이즈마케팅이 과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관심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일반인도 그럴진대, 국민의 지지가 전부인 정치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어그로꾼들이 손가락질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극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방법이 주는 불편함 때문 아닐까요. 호감과 호기심이 전제한다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텐데요.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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