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장과 비밀회동 그리고 투명성

기사승인 2017-12-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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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감원장과 비밀회동 그리고 투명성금융권은 여타 산업계보다 높은 투명성을 요구받는 업권이다. 금융회사들은 국민의 돈을 바탕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신용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물론 이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역시 높은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개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공적기관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그들의 감독 계획과 방침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해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현재 투명성이 높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 14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간의 비밀회동이 열렸다. 최 원장은 이번 일정이 비공식 일정이라는 이유로 일정 자체를 비공개했으며,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회사 내에 조차 만남을 알리지 않고 회동에 나섰다.

회동 일정에 이어 금융감독원장이 회동에서 발언한 내용 역시 모두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회동이 일종의 상견례 자리로서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방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상은 금융감독원 내에서조차 이들이 만나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아는 이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번 회동에 대한 회의록이나 속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회동에 참가한 몇몇 인사의 기억 속에만 회동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러한 행보는 결국 우리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만남과 현안을 연결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나 가상화폐 통제를 주문하며 新관치시대가 열렸다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겉으로 금융지주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뒤에서는 정부의 부실자산 인수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는 추측도 난무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한진해운 법정관리, 현대상선 지원, 케이뱅크 인허가 등 금융당국의 불투명한 행보로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이에 국민이 당국에 요구하는 투명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은 앞서 채용비리와 직원들의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등 비리문제를 드러내며 국민 신뢰에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최흥식 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선임된 금감원장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최 원장도 투명한 행보를 통해 금융감독원을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투명성과 신뢰가 비례관계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시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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