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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1987' 김윤석 "20대에는 6월 항쟁, 50대에는 촛불시위 겪었다"

'1987' 김윤석 "20대에는 6월 항쟁, 50대에는 촛불시위 겪었다"

이은지 기자입력 : 2017.12.20 00:00:00 | 수정 : 2017.12.19 15:26:19

1968년생인 배우 김윤석은 1987년에 갓 스무 살이 됐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의 먹고대학생 연희(김태리)는 김윤석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어떻게 보면 ‘1987’안에 그 당시 나의 모습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는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에 휴교령이 내려져 있었어요. 대학생들이 모이기만 하면 집회를 하니까 아예 교문을 닫아버리고 못 들어가게 한 거죠. 극중에서 보면 연희가 학교 정문으로 들어갈 때 백골단이 연희에게 학생증을 보자 하고, 학번을 외워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죠?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학생으로 위장해서 오니까 그랬어요. 저도 그런 일을 다 겪었죠. 저는 그 때 연극동아리에 연습을 하러 가야 했는데 학교에 못 가게 하니까 아무도 연습을 못 했어요. 길만 걸으면 불심검문 당하고, 학교를 못 가니 시험은 모두 레포트로 대체했죠. 그런 일들을 다 겪은 세대예요.”

영화 속에는 ‘청청패션’을 하고 방망이를 든 백골단이 내내 등장한다. 2017년의 관객에게는 우습고 촌스러운 모습이지만 당시의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무서운 존재가 없었다. 최루탄 사이로 헬멧을 쓰고 방망이로 시위대를 두드려 패며 질주하는 이들. 김윤석은 그들에 관해서도 “정말 익숙하지만 무서운 모습인데, 요즘 관객들은 모르는 것 같더라”며 “그 당시에 시위하던 학생들을 잡아 군대로 보내 백골단을 만든 후 시위대를 때리게 만드는 일도 있었으니 그 때가 얼마나 이상하고 우스운 시대냐”며 혀를 찼다.

김윤석은 영화 속에서 독재정권의 그릇된 신념을 대변하는 악역 박처장 역을 맡았다. ‘빨갱이’를 잡아 애국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목적,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같이 아끼던 부하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맹목적인 신념이야말로 가장 무섭다는 것을 깨닫는다. 놀라운 것은 박처장이 실존인물이라는 것이다.

“박처장이라는 인물은 세상에 지금 없지만, 실존인물이에요. 지금은 대공 기관의 자료 자체가 많이 삭제됐지만 그 사람을 만났던 이들이 남긴 기록이 있죠. 실제로도 평안도 출신이고, 1950년 월남을 한 후에도 평안도 사투리를 고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모습도 모습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독재 권력을 상징하죠. 고집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료를 많이 참고했어요.”

영화의 구조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하나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바위처럼 거대하고 단단한 악을 곁에서 조그만 계란들이 때리며 무너트리는 식이다. 김윤석은 영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악역이 돼야 했다. 그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반작용은 더 세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으나 ‘1987’의 최종고를 보고 김윤석은 바로 역할을 수락했다.

“올해 초가 박종철 열사의 30주기였어요. 전국적으로 추모행사가 있었는데, 우리는 부산으로 가서 열사의 아버님과 어머님을 뵀죠. ‘1987’이라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리니 너무나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제가 악역이지만 제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영화의 감동이나 이야기 전달이 어려운 구조였기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저는 20대 때 ‘1987’을 겪었고 50대에는 촛불시위를 겪었습니다. 우리가 발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무섭던 일들이 이제는 웃을 수박에 없는 일들이라는 것에 관해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바뀌지 않은 어떤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저도 자식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들을 빨리 바꿨으니 남은 것들도 빨리 바꾸자는 생각이 들어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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