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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 케어 협상 앞둔 의료계, 내분? 전략적 다툼?

문 케어 협상 앞둔 의료계, 내분? 전략적 다툼?

오준엽 기자입력 : 2017.12.21 00:25:00 | 수정 : 2017.12.20 19:25:43

협상의 기술이라는 검색어에 인터넷은 수십, 수백가지 결과를 우리 앞에 내놓는다. 전문가가 작성했다는 수십종의 서적도 눈에 띤다. “삶은 순간순간이 협상과 선택의 결과”라며 개개인이 경험하고 깨우친 설득의 여러 방법들을 나열한다. 이 가운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방법이 적합하고 적용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이다. 자신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취사선택해야한다. 하지만 핵심은 상대를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협상은 상대를 흔들어 감정적 결정을 유도하거나, 주변 환경을 최대한 유리하게 조성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승리해야하는 하나의 전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나 양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확보하려는 의료계 간의 다툼은 시작부터 정부가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10일 전국의사 총 궐기대회를 통해 의료계는 대외적으로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며 협상의 단추를 유리하게 끼는 듯했다. 그러나 첫 만남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지난 18일, 의료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한병원협회가 개별협상의사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며 판을 깼다.

단일 소통창구 개설을 주장하며 주도적인 위치에 서있던 비대위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의료계 전체로는 체면을 구겼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병원들은 내심 반색했다. 문재인 케어의 세부 내용을 따져볼 때 병원과 의원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결정을 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크게 3가지 과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기반으로 구성돼있다. 3가지 과제는 ▶비급여 해소 및 발생차단 ▶의료비상한액 적정관리 ▶긴급 위기상황 지원강화이며, 3가지 기반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지속가능한 재정 뒷받침 ▶원활한 소통과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다.

문제는 개별 과제와 토대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해결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 당사자인 의료계의 피해를 야기하거나 양보를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다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그간 건드리지 못했던 문제들도 다수 내포하고 있다.

당장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로 구분되는 3대 비급여 폐지의 경우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의 손실정도와 영향이 전혀 다르다. 의원급은 3대 비급여 폐지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는 반면, 규모와 인력, 중증환자가 많은 병원일수록 부담은 커진다. 당연히 협상에 참여하는 주체가 병원의사냐, 개원의사냐에 따라 이해도와 주장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원의사들이 주축을 이루는 의협과 병원들이 모인 병협이 각각 법정단체로 구분돼 수가협상 등 정부와의 협상도 따로 진행해 왔던 점을 볼 때 자연스러운 결정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병협도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투쟁이 아닌 협상은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개별협상도, 단일협상도 관계없다는 뜻을 전했다. 병협 또한 법으로 정해진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협상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며 창구단일화는 의료계 내부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사안이기에 정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병협에서 개별협상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는 ‘이율배반적’이라고 비난하며 분열된 목소리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확립할 수 없는 만큼 소통창구 단일화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야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 병협으로 위원추천을 재요청했다”며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의원과 병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의견을 전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케어의 연내시행을 저지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논의를 이어간다는 의료계의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부지만 제기되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내부조율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한다”며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또 다른 전략일 수 있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병협의 개별협상 선언이 고도의 전략일지, 내분일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재인 케어를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위해 의료계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협상 전문가들은 “상대가 절실할수록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끌어내기 쉽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전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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