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생아 사망’ 사건이라는 불행을 대하는 자세

기사승인 2017-12-23 0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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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생아 사망’ 사건이라는 불행을 대하는 자세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공간에 있던 4명의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일은 의학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대목동병원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슬픔으로 승화되기도 전에 분노와 불신으로 바뀌어 가는 모양새다.

신생아 사망사건이 알려지자 비난의 화살은 병원을 향했다. 대체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는 것이다. 잘잘못도 속속 드러났다. 신생아중환자실 내부에서 날벌레가 발견될 정도로 위생관리가 부실했던 점, 원인불명으로 네 명의 아이가 연쇄 사망했음에도 곧바로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은 점 등 적지 않은 관리부실 문제가 지적됐다. 여기에 과거 발생한 의료사고들도 다시 수면 위에 오르면서 불신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아이들이 사망한 다음날인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원인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는 부족했다. 이후 유족과 병원은 19일 면담에 나섰지만 병원 측의 성의가 없는 자세가 지적되며 파행됐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아이를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떤 마음일까.

올해 초 쌍둥이를 출산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보냈다는 A씨(30)는 이번 사건을 두고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오전, 오후 각각 1시간씩이다. 그런데 A씨는 면회시간마다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몇 안 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항상 바빴고, 다른 아이들도 많아 많은 질문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A씨는 “지금도 아이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 혹시 더 잘 봐줬으면, 하나라도 더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며 “무사히 퇴원한 엄마도 이런데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반문했다.

이 사건을 두고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재난, 또는 불행이라고 칭했다. 더불어 적지 않은 의료계 오피니언리더들도 말을 아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아주 큰 불행, 불운과 같은 일”이라며 “병원이 잘못한 점도 있겠지만 사건과 사고는 시스템이 잘 돼있어도 일어나기 때문에 덮어놓고 비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신생아중환자실 또한 인력, 시스템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의 전담 전문의 1인당 평균적으로 10개 이상의 병상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신생아학회 측은 “병상 수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기존 인력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환자 치료 안정성 측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직 사망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미궁 속이다. 보건당국의 1차 조사발표와 이대목동병원이 자체적으로 꾸린 자문단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병원 내 감염관리 부실, 수액제 등 위생 문제, 의료진의 조작 실수 등이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망원인을 낱낱이 밝혀내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보건당국과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뒤 결론이 도출되면, 의료시스템과 의료진 과실 등의 문제를 손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의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이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일도 의료의 몫이 아닐까.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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