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박진회 행장이 보낸 연하장

박진회 행장이 보낸 연하장

송금종 기자입력 : 2017.12.23 06:00:00 | 수정 : 2017.12.23 05:45:43

박진회 한국시티은행장은 연말이면 출입기자에게 연하장을 보낸다. 기자도 최근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제목은 ‘Season’s Greetings from Citibank Korea’.

메일은 뜻밖에도 비어있었다. 복(福)을 기원하는 문구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고 검은 네모박스가 전부였다. 파일을 첨부한 것도 아니었다. 창을 몇 차례 열고 닫았지만 허사였다. 은행에 문의하자 ‘서버접속이 막히거나 PC사양에 따라 이미지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메일을 다시 보냈다.

그 속에는 금빛목줄을 단 개 한 마리(2018년은 황금개의 해다)와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무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담은 연하장이 들어 있었다. 밑에는 ‘한 해 동안 보내준 성원과 격려에 감사하며 건강과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적었다.

박 행장은 지난해도 같은 방법으로 연하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걔 중에는 연하장을 받지 못한 사람이 분명 있었을 터. 발송오류가 잡히는데도 박 행장이 원웨이(One way)를 고집하는 이유는 디지털전략 때문이다. 은행 측은 ‘디지털 쪽으로 전략을 취하고 있어 연하장도 이메일이나 모바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종이달력 제작도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씨티은행은 올해 참 다사다난했다. 가장 큰 이슈는 대규모 점포통폐합이었다. 지금은 노사 합의로 일부만 남겨서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디지털 전략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계좌유지수수료도 같은 축에 속한다. 요즘 은행산업은 비대면과 디지털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내 손안의 은행’이 현실이 됐고 창구 갈 일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겼다. 이로써 금융은 물론 소비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윤택해졌다.

다만 신년인사도 디지털로 바뀌는 현상을 보면 마음 한 구석에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감사와 안부를 전할 때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닌 의도다. 씨티은행이 전한 응원에 새 힘을 얻었다. 하지만 봉투에 담긴 연하장을 받을 일은 내년도, 내후년도 아마 없을 것이다. 연말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퇴근 후 근처 가게에서 카드를 한 장 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photo pick

이미지
SPONSORED

기자수첩

������

월요기획

������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