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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지만… 현실은?”

해외동포 A씨의 죽음과 모르쇠 일관하는 정부, 사이에서 손해만 보는 병원의 이야기

오준엽 기자입력 : 2017.12.30 00:08:00 | 수정 : 2017.12.30 14:11:46

해외동포 A씨(63)는 지난 9월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경기도 여주시 한 중소병원에 입원한 A씨는 곧 서울로 이송됐습니다. 하지만 S종합병원은 A씨를 받으려 하지 않았고, 결국 중소병원 규모의 동북부 거점병원인 혜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생명을 살리려 3개월여간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남은 것은 4000여만원의 치료비와 사망한 환자의 시신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석해균 선장이나 북한군 귀순병사의 진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당초 입장과 마찬가지로 A씨의 의료비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병원 관할 서울 광진구청은 환자가 사망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사망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A씨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그녀는 입원 당시 17세인 손녀와 함께였습니다. 손녀는 불법체류자였고, 소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할머니의 치료비와 자신의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그 때문인지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한 채 병원을 떠났고,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A씨는 외국국적동포로 국내거소신고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자격을 인정받지는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 신분으로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근로자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가족이라곤 손녀 밖에 없었고, 우즈베키스탄 현지에는 일가친척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혜민병원이 A씨 치료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보낸 공문의 일부>


그렇다면 갑작스레 응급으로 실려 온 환자를 병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급을 다투는, 골든타임이 3시간이라는 뇌출혈 환자를 잡아둔 채 국적을 따지고 지원제도나 치료비 지불여력을 확인한 후 치료를 해야 할까요? 생명을 살리자며 치료를 하면 그 진료비는 병원이 감당해야할까요?

우리나라 제도와 정부는 그렇게 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듯합니다. 혜민병원은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우즈베키스탄 대사관과 복지부 등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대사관도, 복지부도 뚜렷한 대책이나 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령 등 외국인 및 해외동포의 건강보험 자격취득 기준과 절차적 설명만을 늘어놨습니다. 다만 답변의 말미에 외국인 치료에 대한 지원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외국인 치료에 대해 정부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각종 의료보장제도에 의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의료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규정에 따라 외국인근로자 및 그 자녀와 배우자, 난민 등 신원이 확인된 경우에만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어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있거나 근로하고 있는 자”로 제한하며 여권 등으로 신원이 확인되고, 국내 체류기간이 90일을 경과해야한다고 합니다. 또한 질병의 국내 발병사실이 인정돼야하면서, 전현직 근로여부 및 여타 보험대상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안내한 후 치료 관련 추가사항은 공공의료과로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29일 공공의료과 전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을 하는 이들은 없었고, 휴대전화로 겨우 통화가 된 담당 과장은 “우리는 공공의료과다. 외국인 환자 관련해서는 다른 부서로 확인해보라”고만 답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의료보장과, 해외의료총괄과 등에서도 담당하는 이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확인한 사실은 복지부가 외국인 환자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 프로그램 또한 생존해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지원이 이뤄질 뿐, A씨처럼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4000만원의 치료비는 누가 책임져야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답하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와 관련 한 복지부 관계자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안타깝긴 하지만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이들을 어디까지 지원하고 포용해야 할지에 대해 답할 수도 없는 난제라고 깊은 한숨과 함께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국민이 아닌 이들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로도 들렸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아주대병원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도 6년 만에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군 치료비도 지급한다고 합니다. 여론 때문이죠”라며 씁쓸해 했습니다. 그리고 “돈보다 생명이 귀하지 않은가. 희생은, 의사라는 직종과 병원이라는 기관이 짊어져야할 숙명 아니냐고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 숙명 당신이라면 기꺼이 짊어질 것이냐고. 그리고 그렇다면 존경과 감사라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노 전 회장의 말처럼 분명 생명은 돈보다 소중하고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듯합니다. 해결하기가 솔직히 쉽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A씨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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