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죽음은 삶의 일부, 당하는 죽음 아닌 준비된 죽음 맞이해야"

[의사의 길을 묻다] 이창걸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

전미옥 기자입력 : 2018.01.03 04:00:00 | 수정 : 2018.01.03 09:16:35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이제  죽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말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오는 2월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죽음 말하기’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창걸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신촌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외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진정한 의미의 죽음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회장은 죽음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죽음은 분명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터부시하는 풍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음을 잊고 살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깊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끝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부족하고, 죽음을 가르치는 것에도 소극적”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때문인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호스피스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암 사망자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비율은 17.5%로 2008년(7.3%)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미국(52%), 영국(40%), 대만(39%)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점수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환자 및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적 접근이 아닌 남은 삶을 편안하고 충만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통증 등 신체적 증상 완화와 함께 심리적, 사회적, 영적 돌봄을 제공해 환자와 가족이 준비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어떨까. 이 교수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 사이에서 호스피스 담당 간호사들이 죽음의 천사라고 불릴 정도다. 아직 죽으려면 멀었다며 고개를 젓는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이 교수는 “과거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홍보가 덜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의료진들의 인식 부족이다. 완치를 성공으로, 죽음을 실패로 인식해서 증세가 나빠짐에도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려는 마음이 미덕으로 통했다”며 “하지만 결국 환자는 급격히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마지막 순간도 그곳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다 유언도 못 남기고 돌아가신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흔히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일부러 죽음을 앞당기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줄여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며 “호스피스를 통해 소중한 가족과 주변사람들과 마지막 대화와 화해를 하고, 내가 해결할 법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들을 정리하고 또 나의 장례형태를 선택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죽기 직전에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학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은 대략 여명이 6개월 정도 남은 환자인 반면, 임종기는 2주 이내의 짧은 기간이다. 임종이 급박했을 때 시작하는 호스피스는 통증완화 외에 개입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며 “또 환자들의 영적·정신적 돌봄은 질병 초기 단계부터 서서히 진행하다 후반부에 비중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자신의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기 위해서는 보다 일찍 호스피스가 개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향후에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도 편안히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정착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반병동과 외래에서 진행되는 자문형 호스피스와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오는 2월 전면 시행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연명의료는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법안에 묶여있는 바람에 혼란이 많다. 완화의료와 분리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보완할 점과 미비한 부분이 많지만, 죽음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며 “갑작스럽게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준비된 죽음을 통해 남은 사람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며 죽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길 주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photo pick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SPONSORED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