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이 못 지키는 사회

아이 못 지키는 사회

기사승인 2018-01-03 14: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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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아이 못 지키는 사회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에 마련된 노약자석, 배리어프리(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등 소리정보를 한글자막으로 제공하는 것) 영화의 등장 등은 우리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아이는 어떨까요. 지하철에서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어른의 모습은 쉽게 찾기 어렵고, 아이를 동반한 고객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은 갈수록 늘고 있죠.  

아이를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화마에 목숨을 잃은 광주 3남매의 영결식이 3일 치러졌습니다. 담뱃불을 이불에 꺼 불이 나게 해 아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는 이날 현장검증을 진행했습니다. 화재의 원인이 고의인지 실화(失火)인지는 여전히 분분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숨진 지난달 31일 밤, 친모는 4살, 2살, 15개월 된 3남매를 방치하고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친부는 PC방으로 놀러 갔죠. 3남매는 4시간가량 돌봐줄 어른 없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같은 달 29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고준희(5)양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친부 고모(36)씨와 내연녀 이모(35)씨는 지난해 4월 숨진 고양의 시신을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유기했습니다. 시신의 갈비뼈가 부러진 점 등을 볼 때 학대에 의한 치사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의 친부와 내연녀가 고양이 사라졌다며 실종신고를 한 것은 지난달의 일입니다. 고양이 숨을 거둔 지 8개월이 지난 뒤였죠. 그러나 실종신고 전까지 고양의 죽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방임 또는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지기까지 ‘조짐’은 분명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고양이 생전 친부와 내연녀 등에게 자주 혼나 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픈 고양에게 약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아이의 삶에 한 발 더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저 집 좀 이상해’라고 생각하는 것에 그쳤죠. 양육을 ‘가정의 일’로 바라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입니다. 지난 2015년 서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중 80.7%는 친부모였습니다. 미취학 영·유아의 경우, 의사표현과 공공기관의 관찰이 어려워 장기간 학대를 당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잦은 울음과 고함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늘어가는 노키즈존은 아이의 외출을 어렵게 합니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를 혼자 두는 방임 역시 학대라고 인식돼야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만 14세 이하 아동을 혼자 둔 부모를 아동학대로 처벌 가능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습니다. 한 아이를 지키는 일에도 온 마을 구성원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아이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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