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사격 오해”라던 국방부, 의문 여전히 남아

기사승인 2018-01-06 03:30:00
- + 인쇄

‘철원 총기사고’ 관련 국방부가 잔탄사격 의혹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국방부는 5일 ‘철원 총기사고 잔탄사격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잔탄소비 의혹이 끊이지 않자 국방부는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감사관실 6명을 투입해 조사를 실시했다. 국방부는 이날 “‘잔탄사격’ 용어는 기능고장 조치 후 사격인 ‘재사격’을 진술 과정에서 잘못 표현해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여러 차례 의혹을 부인해왔다. 지난해 11월 쿠키뉴스의 「철원 총기사고 ‘죽음의 사격장’, 잔탄 처리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쿠키뉴스가 사건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수사기록은 국방부의 주장과 상반된다. 지난해 9월30일 제5군단 헌병단 수사본부는 철원 총기사고에 대한 수사를 실시했다. 사고 발생 나흘 뒤다. 이날 사격통제관 A 대위는 “사격훈련 간 잔탄사격은 어떻게 했나”라는 헌병대의 질문에 “사고 당일 사격이 끝났을 당시 잔탄이 남아 있던 인원이 4명에서 5명 정도 되었는데 잔탄을 소비하기 위해 30m 연발사격으로 잔탄사격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답했다. 

탄을 초과 수령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A 대위는 “2400발을 가져왔고 1600여발 정도 사격을 하고 반납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일에는 84명이 6명씩 총 14개조를 이뤄서 훈련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사격 훈련 시 사병에게는 실탄 20발이 지급된다. 84명에게 필요한 실탄은 1680발이다. A 대위는 이보다 720발 더 받아온 셈이다.  

[단독] “재사격 오해”라던 국방부, 의문 여전히 남아해당 부대에서 지속적인 잔탄소비가 있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A 대위는 “잔탄이 있으면 부대에서 ‘왜 탄을 남겨오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일부 간부는 ‘잔탄이 있으면 안 된다’면서 펜치를 이용해 탄두와 탄피를 분리했다”고 말했다. A 대위는 “지난해 윗선으로부터 ‘왜 애매하게 탄을 남겨오느냐’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입장은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잔탄소비는 물론 초과 실탄 지급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해당 부대에 지급된 실탄은 총 2780발”이라며 “이 중 80발은 간부 4명이 오전에 소비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는 사격집중훈련 기간으로 야간 훈련도 예정돼 있었다. 즉, 사격훈련 대상자들에게 지급될 실탄 수는 오후 훈련 20발, 야간 훈련 10발 총 30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은 의문점을 남긴다. 84명에게 30발씩 지급된다면 필요한 실탄은 총 2520발이다. 여전히 180발이 남는다. 관계자는 “실력이 떨어지는 인원의 추가사격을 대비해 지급된 실탄”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9월26일 고(故) 이모(22) 상병은 강원 철원군 동송읍 금학산 진지공사를 마친 뒤, 사격장 뒤편 전술도로로 복귀하던 중 총상을 입고 숨졌다. 고 이 상병을 인솔했던 간부와 사격훈련 통제관 등 총 3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일 열린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그래픽=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