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②

기사승인 2018-01-09 13: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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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②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사망한 이대목동병원과 관련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현직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본질은 바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부의 국민건강을 인질로 두고 벌이는 위험천만한 보건의료 예산 깎기와 의사 도둑놈 만들기가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대목동병원과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전공의, 전문의, 간호사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현직 대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의 글을 소개했다.

◎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② 

7. 이번의 이대병원에서의 상황은 앞서 말씀드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센터의 전반적인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환자들의 면역력이 낮은 경우가 많고, pathogen이 감염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며, (C-line, intubation, foley tube, EVD 등) 다제내성균이 ICU 내에 점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NICU 내에 소위 슈퍼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라도 감염된 환자가 발생한다면 가장 1순위는 코호트 격리입니다.

로타바이러스의 경우, 아기 상태를 고려하여 가능하다면 일반 병동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균종에 따른 접촉 격리 등의 조치는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격리실이 없고, 코호트 설계조차 힘들 정도의 비좁은 NICU 라면 또는, 공간이 있다고 해도 인력이 모자란다면 결국 완벽한 격리는 불가능합니다. 손을 아무리 씻고 덧가운을 아무리 입는다고 해도 로타바이러스 같은 경우 그 퍼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간호사 1인당 4명까지도 신생아 중환자를 담당할 경우, 일손은 모자라는데 아기 한번 처치할 때마다 손 씻고 장갑 끼고 가운 입고 등등의 감염 관리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이것은 개개인에게 손 씻기 장갑 끼기 가운 입기 등을 독려하고 감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감염 관리는 항상 귀찮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고, 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돈이 드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스템은 이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어긋나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인력이 없고 바쁜데 귀찮고 어려운 것을 강요할 수 있나요? 거기다 돈도 들고, 투자한 만큼 병원이 손해를 계속 보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감염 관리를 강조해 봤자 효과가 작지요.

8. 의료진이 범인일까요? 아기천사들을 살해한 저 무책임하고 실력 없는 의료진을 형사 고발하고 처벌하면, 저 병원 같지도 않은 병원을 폐쇄하면 해결될 문제일까요?

그 센터의 한 선생님은 저도 아는 분이고, 최근 학회에서 학술상도 받으셨고, 작년 학회에서는 연자로도 발표하셨으며, 지금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려 NICU에 자리 잡으신 분입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힘든 시간을, 그래도 신생아학에의 열정 하나로 긴 시간을 씩씩하게 버티셔서 그곳에 자리 잡으신 분입니다. 그분과 제가 배운 것이 달랐을까요?

저는 그  분이 신생아학을 배우던 곳에서 배운 사람입니다. 그분이 실력이 없고 무책임해서 센터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였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러한 사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듣고 있는 저 비난들이 오롯이 제게로 돌아오는 비난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나는 이거 계속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신생아학을 공부하는 많은 분이 더 나아가서는 소아과학을 공부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크게 상심하셨을 것입니다.

9. 제가 이 센터에 부임하고 감염 관리 관련하여 필요한 지원에 대해 병원 및 NICU 인력들에게 이해시키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인력과 돈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교 병원에서 배운 만큼이나 엄격하게 감염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원내 감염 증례가 있었고, 그 증례를 바탕으로 제가 병원에 감염 관리 지원을 요청하였고,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신 병원 측에서 적극 지원을 해주셨고, 이것이 바로 선순환입니다. 하지만 모든 NICU가 저희처럼 병원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원은 곧 인력과 돈이니까요.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이 선순환을 개시할 능력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 보입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언론 및 사회 전체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10. 간호사 1명당 1~2인의 환아만 볼 수 있으면, 중증도가 높아지면 때론 심각한 중증 환아 1명에게 간호사 2명이 배정될 수도 있다면, 감염 관리를 잘 하면 할수록 가산점을 받고 이것이 수익과도 이어진다면, 간단하게 말하면 “충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합당한 수가를 받으며 교과서적이거나 또는 근거에 기반을 둔 최신 치료법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겠지요.

11. 그렇다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왜 신생아학을 붙잡고 있는가, NICU를 떠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하실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떠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저희 선배 중 두 분이 NICU 스텝 자리를 그만두고 개원가로 나갔습니다.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구인을 하는 센터들은 많은데 나타나는 사람이 없지요. 힘들어서 펠로우 지원을 잘 안 합니다.

그렇게 힘든데 너는 왜 남아 있냐고요?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알아 달라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만 열정페이 받으며 몸 갈아 넣으며 지키고 있는데 최소한 자괴감이 들어서, 나도 저런 일 당할까 봐 그만두게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출산율 낮은데 태어나는 애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길러야 하지 않나요?

저희, 안 필요합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런 자긍심 하나로 기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12. 이국종 선생님께선 저보다 진료 실력도 치료도 활동 범위도 그리고 손해 액수도 모두 스케일이 훨씬 크시지만, 결국 저의 고민도 그분의 고민과 본질에서는 같기 때문에,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대로 다 이해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분이 쇼맨십이 있다고 비판하시지만 저는 그분이 쇼맨십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단지 의료진을 처벌하고 해당 병원을 폐쇄해서는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병원과 의사가 NICU를 꺼리는 현상을 빚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4. 그래서 바라건대 부디 선순환을 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신생아 학회 선생님들께서 지난 수년간 그리고 현재도 꾸준히 수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몇몇 측면에서 10년 전 보다는 나은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병원은 사명감이나 당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으므로, 이것은 국가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NICU 인력의 기준을, 장비의 기준을, 근무 조건의 기준을 강제하셔야 합니다. 또한, 그에 더불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병원들이 강제되는 기준을 지켜서라도 NICU를 운영하고 싶도록 이끄는 강력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네 명의 아기천사들이 가엾죠.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이 비극이 왜 발생하였는지, 개개인의 잘못을 가늠하는 동시에 구조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이 감지된다면, 구조를 개선해야겠지요. 이미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어디서든 이러한 비극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은, 그리고,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이대로라면 그다음 당사자가 저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다시 말하자면 저희의 책임과 의무만 강조가 되고 그에 따른 어떠한 구조 개선이나 지원도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때도 열정만으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저희 센터에서 경험했던 선순환이 더 큰 스케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athogen: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 통상 항생제 치료 대상이 되는 세균을 의미하나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환자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들을 통칭.
*C-line: 혈관을 통해 미숙아의 심장에 이르도록 삽입하여 영양성분이나 치료약제의 투여 경로가 되는 플라스틱관.
*intubation(기관내삽관): 스스로 숨쉬기 어려운 환아를 위해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기도를 통해 집어 넣는 플라스틱 관. 벤틸레이터에 연결하는 경우가 많음.
*foley tube: 소변의 배출이나 검사등을 위해서 환아의 요도에 삽입하는 실리콘으로 된 관.
*EVD(External ventricular drain): 뇌척수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막혀서 뇌압이 올라가는 환자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뇌와 연결된 관.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 :코호트 격리란 로타바이러스 발병 병동의 환자를 모두 특정 '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전원 격리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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