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치’로만 볼 수 없는 금감원의 지배구조 개입

기사승인 2018-01-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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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치’로만 볼 수 없는 금감원의 지배구조 개입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에 회장 선임 절차를 2주 연기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이를 두고 ‘관치(官治)’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관치란 민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에 정부가 개입해 의사결정에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민감 금융사로 분명한 민간 기업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의 회장 추천 권한을 가진 회장추천위원회에 제기된 정부의 선임 절차 연기 요청은 관치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을 단순히 관치만 보기는 어렵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금융지주로서 국민의 재산을 맡아 440조에 달하는 자산을 운영하는 거대 금융그룹이다. 거대 금융그룹의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피해를 미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감시와 감독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금감원의 설립 목적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금감원의 설립목적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하여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는 데 있다.

금감원의 설립목적에 따라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으로 향후 하나금융의 예금자 및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면 금감원에는 이에 정당하게 개입할 명분이 주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피해가 예상되는 데도 금감원이 ‘관치’ 지적에 개입을 포기한 다면 이는 금감원이 ‘자기 의무’를 포기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나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현 선임 과정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향후 하나금융에 CEO공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최순실-안종범-정찬우 라인을 거쳐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에 대한 인사 청탁을 받았으며, 이를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이를 최순실 재판과정에서 일부 인정했다. 따라서 은행법과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고, 처벌 받을 경우 금융회사 임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등 국민이 이용하는 금융사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 회추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된다면 이러한 의무는 더욱 커진다.

다만 금감원을 두고 이번 관치 지적이 제기된 배경에는 금감원의 방법론적 실수도 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회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청하기보다 문제가 되는 인물에 대한 적법한 제재 등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선임 절차 연기를 요청했다가 관치 지적에 반나절 만에 요청을 철회한 점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이번 관치 논란은 금감원이 스스로 불러온 측면이 있는 셈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CEO선임 때 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하나금융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당국이 개입할 필요도, 논란의 중심에 설 필요도 없는 금융사 지배구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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