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주저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8-01-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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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불투명지고 있다.

당초 삼성그룹 측은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 입성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상장을 연기했다. 

금융투자업계와 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나스닥 시장에서 큰 프리미엄을 얻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높은 주가 상승세를 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 나스닥 상장 무기한 연기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신수종 사업인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시밀러의 생산을 담당(CMO)하고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의 개발을 담당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 바이오젠(Biogen)  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초 201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나스닥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동시에 연구·개발(R&D) 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5년 8월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 증권사로 선정하는 등 상장을 위한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당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도 “진짜 1등을 하고 싶다면 1등이 모여 있는 리그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잘하면 한국 기업도 미국에 진출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망도 갖고 있다”라며 나스닥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듬해 2016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상장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미국 내 바이오시장이 침체기였다는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미국의 바이오·헬스 시장이 침체기였다. 상장하더라도 흥행 가능성을 쉽게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주주이기 때문에 굳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무리하게 상장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무기한 연기되고, 최대주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 입성했다. 당시 적자 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진출은 거래소 상장 요건까지 변경하면서 이뤄졌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 최대주주이자 관계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입성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 했던 점 ▲ 나스닥 시장 흥행 여부 불투명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삼성 측에서 기업가치로 참고했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상장사(나스닥) 코허루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는 나스닥 바이오 지수(NBI) 상승세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의 1년 간 주가 변동률은 마이너스(-) 49.91%에 달한다. 지난 2016년 1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8388억 8987만원으로 감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주저하는 이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아닌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을 경우 한국처럼 프리미엄(버블)을 형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스피 입성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 고공행진(1년간 주가 변동률 약 170%)으로 셀트리온과 함께 바이오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 발표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정밀감리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가능했던 것은 2016년 초 금융위가 상장 기업 조건 중 ‘1년에 영업이익을 30억 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기준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애초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거래소의 제안으로 코스피에 진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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