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늦게 국민 뜻 반영하겠다는 교육부, 왜 미리 못하나

기사승인 2018-01-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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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뒤늦게 국민 뜻 반영하겠다는 교육부, 왜 미리 못하나
교육부가 “국민 요청을 반영하겠다”며 어린이집·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보류했다. 교육 현장엔 “혼란만 초래했다”는 분통이 인다. 학부모들은 선행학습을 줄이고 놀이 중심 수업을 전개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후속조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성급한 추진을 지양해달라는 것이다.

공교육을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은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다시 한번 공감 없는 정책을 밀어붙여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말았다. 당초 교육부는 영어 특별활동 금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행 시기를 가늠해보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3주 만에 기존 계획을 엎었다.

이번 금지 방침 보류로 심각하게 치달았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금지 방침을 철회한다는 것인지, 방침을 유지한 채 시행 시기를 다시 조절하는 것인지 분명한 마무리가 없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대안이 없다”는 반발에 직면해 곤혹을 치르곤 했다. 그리고 변함없이 강조했다. 소통하면서 개혁을 일궈가겠다고.

교육 개혁을 천명한 교육부가 오랜 기간 곯아 굳어진 과거의 사슬을 풀어 보겠다고 나선 길은 어렵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 사슬이 견고한 만큼, 이를 감내하고 있는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기획과 실천은 실로 치밀해야 한다. 보다 신중한 접근으로, 구호에 그칠 뿐 소통 동력을 심지 못하고 있다는 개탄을 더 이상 빚지 말아야겠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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