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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사학 사유화, 구성원들은 몸서리칩니다”

“사학 사유화, 구성원들은 몸서리칩니다”

김성일 기자입력 : 2018.01.22 04:10:06 | 수정 : 2018.02.05 15:34:12

“평소 이사장이 얼마나 교수들을 우습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배 교수들 있는 데서 폭언과 손찌검을 당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지난해 11월, 언론 보도를 통해 교수협의회 창립식을 저지하는 이재식 남서울대 이사장의 모습이 전해졌다. 당시 이 이사장은 교수들의 현수막을 빼앗고 발표문을 낭독한 교수의 멱살을 잡으며 “너 이리 와. 너 이러려고 교수 됐어?”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사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머리까지 내리치려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남서울대 교수협은 그 존재를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창립식을 계획했다. 창립식은 10월 17일, 교수예배 자리를 기해 예고 없이 이뤄졌다. 대학 측은 이날 이사장의 행위가 “예배가 끝난 뒤 몇몇 교수들이 갑자기 연단에 올라 선포식을 하려 하자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이사장의 횡포는 우발적 사건이 아닌,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말한다. 교수협을 만든 것도 학내에 만연한 이사장 일가의 갑질 행태,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불공정한 인사 등에 대응하고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 교수협 교수들도 모르는 서로의 존재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93년 설립된 천안 소재 남서울대. 이 대학의 교수협에 가입한 교수들은 70명가량이라고 한다. 교수협 측은 기자에게 “교수협 소속 교수들의 학과 등 신상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정확한 인원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전면에 나서는 회장이나 부회장 등을 제외하고는 교수협 교수들 간에도 서로의 가입 여부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대학의 견제가 심했고, 발설되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드리워져 있었다. 실제로 그간 교수협을 와해시키려는 이사장의 학내 정치는 계속됐다.

남서울대는 설립 이후 25년 간 교수협이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두 차례 정도 교수협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긴 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교수협 소속 교수와 그 가족들은 교수협 탈퇴를 종용하는 대학 관계자 등의 방문이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한 교수는 “이사장은 족벌 체제로 구축한 시스템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교수협 출범식에서 횡포를 보인 이사장의 모습이 외부에 노출된 이후 대학 측은 입장을 선회했다. 대학 측은 “교수협을 인정하고 사무실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수협 측은 여전히 재단과 대학이 교수들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수협은 대학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족벌청산, 적폐청산이 전제돼야 한다며 재단 및 대학 측과의 협의 과정을 소식지에 담아 전체 교수·교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 친인척 인사 19명 포진… “이사장과 총장의 은혜로”

남서울대는 ‘가족 경영’ 사학 중 하나다. 설립자인 이재식 이사장은 학교법인 성암학원을 이끌고 있으며, 그의 아내인 공정자 씨는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더불어 전 부총장이었던 아들 이윤석 씨는 현재 대외부총장 자리에 있다. 이밖에도 이사장과 총장의 딸, 조카 등이 교수 또는 교직원으로 있다.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과 대학에만 19명의 친인척 인사가 포진돼 있다. 또 이들과 특수관계로 얽힌 각종 시설 담당자, 납품업자 등도 20명에 달한다. “이사장을 중심으로 세워진 하나의 왕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족벌 체제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이사장 일가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귀띔도 있다.

남서울대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이면 중요한 일정이 거듭됐다. 오전 9시부터 11시30분까지 모든 교수가 함께해야 하는, 화요예배 시간이다. 한 교수는 “이사장이 직접 교수들의 예배 참석 횟수를 따지고 점수를 매겼다”며 “이는 승진 심사 자료로 쓰이는 것으로 들었는데, 교수들 사이에선 강제적이라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기독교 사학이라 예배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일정부분 이해한다”면서도 “이사장과 총장의 은혜와 덕으로 대학이 성장하고 있다는 등의 찬양일색 분위기는 마치 정신교육과 다름없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신앙문제로 점수화 해 승진 요건에 적용한 일은 없다”고 일축하고 “구성원들이 종교일정에서 강요행위라고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면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왜 안 냈죠?” 발전기금·헌수금 사용처는 오리무중

남서울대 교수들에 따르면, 재단 측은 교수 재임용이나 승진 심사 과정에서 대학발전기금 납부 실적 등도 반영해왔다. 심사를 앞둔 교수들에게 전해지는 ‘교원 임용 소명서’에는 승진평가 기간 중 발전기금 및 장학금 유치 여부와 해당 금액, 향후 목표 금액 마련을 위한 계획안 등을 기재하는 항목이 포함됐다. 교무처 인사 담당자로부터 기금 확보를 독려하는 전화도 걸려왔다.

기자는 교수들로부터 “어떤 교수는 얼마 냈는데, 이 정도는 내야 하지 않겠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받는다”, “기금을 부족하게 내거나 안 내면 심사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 “자금 유치를 위해 외부 업체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참기 힘들다” 등의 증언을 접했다. 이렇게 모인 발전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교수들은 모른다. 대학은 지금껏 사용처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학 관계자는 이 또한 “해당 교수들에게 강요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이 외부 협력 차원에서 산업체를 많이 아니까 그런 쪽을 유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 것일 뿐 본인에게 할당해서 얼마 채워라는 식으로 운영된 바는 없다”며 “구성원들에 의한 논란이 확산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기금 관련 항목은 승진 평가 목록에서 삭제시켰다”고 전했다.

발전기금 외에도 교수들에게 요구되는 돈은 또 있다. 매년 식목일에 내야 하는 헌수금이 그것이다. 헌수금을 빠짐없이 냈다는 한 교수는 “내지 않으면 총장에게 직접 전화가 온다”며 “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 낸 사람을 관리하는 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발전기금이든, 헌수금이든 내라고 하는 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영향이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 “수익·장학금 지급률 높이는 수단으로 학생 동원”

지난해까지 남서울대의 실권자로서 학내 행정과 학사에 깊이 관여한 이윤석 전 부총장은 교권 침해, 불공정 임용 등을 일삼았다는 구성원들의 원성이 극에 달해 최근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직접 교수로도 활동한 이 전 부총장은 부설 교육기관인 사회교육원에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교육원이지만, 학생들의 수강료를 별도로 받는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도록 한 셈이다. 한 전임 교수는 “할인을 한다고 하지만 등록금 걷어 만든 체육관에서 무료 지원은 고사하고 다시 학생들의 돈을 받고 강좌를 돌리는 것”이라며 “지시를 받은 교수나 이를 따라야 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 중 일부는 이수할 경우 수강료를 다시 장학금 명목으로 돌려준다. 이를 두고 대학이 수익과 장학금 지급률을 이중으로 높이기 위해 사회교육원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부총장은 또 직권을 이용해 학과의 의견과 상관없이 강사를 임의로 계약 해지시켜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거나, 교수 임용심사에서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이 ‘전공 불일치’를 이유로 일제히 낮은 점수를 준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안고 있다. 내부에서는 “한 전공 안에도 필요한 영역이 있는데, 가령 같은 스포츠라는 명분으로 농구선수 자리에 축구선수를 억지로 넣는 식으로 구성원들과 협의 없이 입맛에 맞는 임용을 강행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 협의 선행조건으로 “퇴진요구 하지 마”

재단 측은 교수협을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지난달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긴 했다. 다만 협상 선행조건을 내걸었다. 교수협의 주장대로 이 전 부총장의 교수직 사퇴를 수락하고, 교수협 활동 제재·침해를 하지 않는 대신 이사장, 총장, 이사진에 대한 퇴진 요구는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내부 논란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 재단 및 대학의 불공정 운영에 대한 교육부 제소 건을 취하할 것 등을 제시했다.

남서울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재단이 앞에서는 구성원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식의 발상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협의를 하자고 해놓고선 뒤로 빠지더니 다른 대학 총장 출신의 새 부총장을 영입해 갈등 국면의 중앙에 내세웠다”고 말했다.

앞서 남서울대 구성원들은 이 전 부총장과 함께 처장, 실장들의 퇴진도 촉구했다. 해당 처·실장들은 이사장 일가를 도와 장기간 요직을 거머쥔 인물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 들어앉을 학생처장, 교무처장, 홍보처장 등의 인사들 역시 구성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이사장 또는 전 부총장의 측근으로 꾸려질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마지막 인터뷰에 응한 한 교수는 “수년 이어진 남서울대의 회전문 인사가 반복될 것 같다”며 “폐쇄적 내부 사정 때문에 대학의 궁극의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인력도, 그 인력이 설 자리도 부족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이는 비단 남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학의 폐해는 전국 곳곳에 만연돼 있다”면서 “사학의 사유화로 인해 구성원들이 몸서리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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