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새 패러다임

기사승인 2018-01-24 14: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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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새 패러다임글·부산힘내라병원 오종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쿠키 건강칼럼] 최근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는 70세 여자 환자분이 심각한 무릎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본인이 현재 말기 암이며, 병원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점차 심해지는 무릎 통증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더욱 힘들어져 치료를 받고 싶은데, 수술 외에 가능한 치료법이 있는지 간절하게 찾고 있다고 했다.

보통 퇴행성관절염은 3기 또는 4기의 무릎관절염이 있으면서 보존적 치료에 호전이 없는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연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없어져 수술이 아니고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수술을 하자고 하면 대부분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다른 비수술 치료가 없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수술 없이 해결할 방법이 없어 의사 스스로의 답답함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하지만 최근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비수술적 치료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유전자주사’ 치료가 등장하면서 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술하지 않고 1회 주사만으로 통증완화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니 아마 환자들의 귀가 쫑긋해졌을 것이다.

유전자주사치료는 유전자치료세포의 증식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GF-β(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 유전자를 통해 관절면역환경을 개선해서 골관절염 증상을 완화하고, 관절 구조의 정상화를 유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래되어 낡고 지저분해진 집을 청소해주고 무너진 구조물을 복구해주는 숨은 일꾼이 있으면 집을 오랫동안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무릎 내에서는 유전자 치료가 숨은 일꾼이 되어 통증 없이 무릎을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유전자주사치료 적용대상은 3개월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은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이다. 유전자치료는 아직 개발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최근 수 백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 및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 자료를 보면 유전자주사를 투여 받은 환자에게서 무릎 관절 부종, 뻣뻣함 등의 증상이 개선되고, 달리기 테니스 등 강도 높은 운동이나 계단 오르기, 장보기와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이 입증됐다.

실제 환자들에게 유전자주사 치료를 시행해보니 예후가 상당히 좋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보존적 치료와 수술치료 사이 중간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겨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치료가 연골이 손상된 후에 복구를 시키는 사후관리였다면 유전자주사제는 손상된 연골을 복구 시키면서 더 이상 연골이 손상되지 않도록 관절 내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한 치료법이다. 관절염 예방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의 치료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무릎관절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관절로 좋을 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관절염이 진행이 되면 악순환 고리를 통해 관절염이 진행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그리고 수술은 정상적인 구조물에 손상을 주므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즉 인공관절 수술은 모든 치료를 진행한 후 마지막에 꺼내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무릎관절이야말로 100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대비항목이다. 필자가 수술을 집도하는 정형외과 써전(surgeon)이지만 발전하는 기술 덕에 수술 없이 100세까지 무릎을 건강하게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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