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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학의 ‘재산 움켜쥐기’ 꼼수

사학의 ‘재산 움켜쥐기’ 꼼수

김성일 기자입력 : 2018.01.25 01:00:00 | 수정 : 2018.01.25 08:10:43

“160억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학교가 누적 적자 3억5천만 원을 이유로 폐교를 추진한다. 그러면서 재무제표가 없다는 답변까지 내놓았다. 회계의 투명성에 의구심이 든다.”

서울 은혜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재단이 남은 재산을 가져가기 위해 서둘러 문을 닫으려한다며 학교의 폐교 방침에 맞섰다. 교육이 사업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는 학부모들은 결국 아이들에게 은혜초를 돌려줬다. 은혜초를 운영하는 은혜학원은 폐교 입장을 바꿔 정상적 학사 일정을 이어가겠다고 23일 밝혔다.

은혜초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부실·비리로 도마에 오른 사립학교들이 재산을 움켜쥐기 위해 자진해 폐교를 선택한다는 의혹이 잇따른다. 이홍하 전 이사장의 333억 원대 교비 횡령과 교직원 급여 156억 원 체불 등으로 인해 다음 달 폐교 예정인 서남대. 대학의 남은 재산 수백억 원은 이 전 이사장의 또 다른 사학인 신경학원, 서호학원으로 귀속될 예정이다. 전문대 최초로 자진폐교를 신청한 대구미래대의 경우 재단인 애광학원은 해산하지 않고 있다. 이에 운영 중인 유치원을 통해 잔여재산을 사유화하고 교육부의 감사를 피하려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비리 사학이 문을 닫아도 학교법인의 정관이 지정한 자에게 남은 재산을 넘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겨진 구성원들은 학습권 박탈과 임금 체불 등을 겪으며 사실상 부실한 학교 운영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그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개정안은 설립자나 임원의 회계 부정 때문에 법인이 해산하게 되면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야당 의원들이 재산권 침해 소지를 문제 삼았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저조한 충원률 등을 감당하지 못한 부실 사학이 재산을 움켜지기 위한 수단으로 폐교를 단행할 가능성은 갈수록 더 커질 수 있다. 사학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비뚤어진 인식은 구성원들까지 무기력하게 만드는 만큼 법과 원칙으로 재단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그 폐단이 낳은 갈등과 혼란, 더불어 무책임하게 방기한 사례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설립 취지에 부합하고 투명한 운영을 갖는 사학은 지원을 강화해야겠다. 반면 비리 사학은 설 자리를 찾기 힘들게 처벌의 잣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사학법 개정이 될 것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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