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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이상득 돌연 병원行…“많이 아플 줄 알았다”는 국민

이상득 돌연 병원行…“많이 아플 줄 알았다”는 국민

정진용 기자입력 : 2018.01.25 12:06:37 | 수정 : 2018.01.25 12:54:56

사진=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지난 2013년 7월2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급침대에 누운 채 출석했지만(왼쪽) 구속영장이 발부된 오후 북부지검을 나설 때는 걸어서 나왔다.

검찰 청사와 사회 고위층 인사의 조합.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십중팔구 환자복과 휠체어일 겁니다.

이번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입니다. 이 전 의원이 24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죠. 

이 전 의원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검찰 소환 조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4일 출석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전 의원은 자택 압수수색으로 인한 충격과 건강 문제, 갑작스런 출석 요구로 인한 준비 부족 등을 사유로 들며 26일 오전 10시에 출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한차례 소환 날짜를 연기했습니다.

이번 '돌발상황'으로 이 전 의원이 26일에도 검찰에 출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검찰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환자복 차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막힌 '타이밍'에 국민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피하고 동정여론을 얻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대부분입니다. 전날 이 전 의원의 응급실행을 다룬 언론의 단독 보도에는 부정적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쇼한다" "단독이라는데 왜 놀랍지가 않지" "많이 아플 예정일 줄 알았다" "병원행 또 시작이냐. 지겹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국민의 불신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일까요. 정치, 경제계 등 사회고위층 인사들이 사법당국에 출석하며 건강을 핑계로 '환자복 코스프레'를 벌이는 것은 이제 식상하다 못해 지겨울 지경입니다. 지난 1997년 건국 후 최대 금융부정 사건으로 기록된 '한보 부도사태'의 정태수 전 회장을 효시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거물들이 줄줄이 그 계보를 이었습니다. 등장하는 소품도 휠체어에서 구급침대, 링거병까지 진화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3년 7월에 있었습니다.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링거를 꽂고 구급침대에 실려 서울북부지법에 출석했습니다. 입학 편의를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성적조작에 관여한 혐의였죠. 그런데 법정에서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요. 그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두 발로' 걸어 나왔습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인사의 우롱에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이런 풍토는 외신에서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200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 '한국 재벌 회장은 체어맨이 아니라 휠체어맨'이라고 비꼬았죠.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이른바 '지강헌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지강헌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560만원을 절도해 징역 17년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600억원을 횡령한 전두환씨의 동생 전경환씨는 겨우 징역 7년을 선고받자 그는 불만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교도소를 탈주해 인질극을 벌이다 숨졌습니다.

지난 1988년 대한민국 사회에 울려퍼졌던 지강헌의 외침.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에서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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