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염력' 류승룡 "너무 빨리 달려온 나… 중요한 것 놓쳤더라"

기사승인 2018-01-26 00:00:00
- + 인쇄

[쿠키인터뷰] '염력' 류승룡 최근의 배우 류승룡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로 '흥'해서 대중에게 사랑받다가도, 영화 '도리화가'로 흥행 참패를 맛봤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가 영화 '7년의 밤' 개봉이 미뤄지며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이제 연상호 감독의 화제작 '염력' 개봉을 앞뒀다. 근 3년 만에 관객을 만나는 만큼 배우 본인도 긴장이 넘친다.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그간 너무 정신 없이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렸던 것 같다"며 웃었다.

"저는 남들보다 많이 늦은 편이에요. 연기를 하면서도 막노동도 오랫동안 했고, 난타라는 공연을 거쳐 영화를 했지만 스크린 진출도 늦었죠. 자연스레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아요.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한데, 그간 초심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만 달렸던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연기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인데 주변인들을 챙기거나 둘러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류승룡은 최근의 자신을 돌아보며 "방어기제가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성공을 거둔 만큼 스스로를 견고하게 지키려는 방어기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머나 유쾌함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기 시작했고, 자신을 그렇게 좋은 이미지로 자꾸 지켜나가려고 했던 마음이 서툴렀다는 것이 류승룡의 말이다.

"배우는 사람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자연스레 배우 개인 안에 따뜻한 마음이 넘쳐야 해요. 그래야 그걸 나눠가면서 감동을 전할 수 있죠. 그런데 온갖 일을 겪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주변을 둘러보거나 되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너무 달렸구나. 남들에게 행복함을 주려면 내가 행복해야 하는데 그저 달리느라 중요한 것을 놓쳤구나, 하는 생각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저를 깊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다행이었어요."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해야 하는 장르다. '도리화가' '7년의 밤' '염력'을 거치며 류승룡은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작품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아직도 쥐고 있다고 장담하는 류승룡이나, 일련의 사건들과 맞물려 어느 순간 스스로의 노출 빈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어느 날, 제 영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극장에 갔었어요. 시사회가 아니다보니 10분 정도 광고를 봐야 되는데, 제 영화 전에 제 얼굴이 박힌 광고가 두 개나 나오더라고요. 그 광고를 보고 나니 제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어요. 그 때 깨달았죠. 노출 빈도를 좀 낮춰야겠다고요. 그 전까지 저는 광고도 15초의 예술이자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로서 적당한 지점까지만 하는 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광고를 줄이기 시작했고, '7년의 밤' 개봉이 밀리며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진 것으로 보실 수도 있었던 것 같네요."

'염력'은 여태까지 아버지 노릇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석헌(류승룡)이 딸 루미(심은경)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갑자기 생긴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고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승룡은 자녀들에게 어떤 아빠일까.

"제가 저를 어떤 아빠라고 정의내리긴 어려워요. 다만 친구같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빠가 되길 바라죠. 어릴 때는 아이와 놀아주고 그늘이 되어주지만 아이가 커서는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해주고, 잘려서 아이의 집이 되는. 그게 모든 부모님의 마음 아니겠어요?"

"배우로서는 시대를 담아내고 세월을 그려내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대변하고, 대리만족도 시켜주고, 울어주고, 웃게 하는 광대 역에 충실한 배우이고 싶어요."

'염력'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