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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호사 장기자랑 비판 일요신문, 정작 기자들 춤추는 내부 행사 가져… ‘내로남불’ 빈축

모기업 서울문화사 임원들 관람해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1.26 05:00:00 | 수정 : 2018.02.09 15:11:48

지난해 일부 병원 소속 간호사들이 사내 장기자랑에서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춤을 추는 영상이 폭로됐다. 당시 공분이 인 까닭은 간호사들이 무대에 설 것을 강요받고 그 과정에서 느껴야 했던 좌절과 절망 때문이었다. 의료인인 간호사를 간호사가 아닌 여성 무희로 '소비'하려한 병원의 인식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국내 대다수 언론은 이를 긴급 타전하며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여기에는 일요신문도 가세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정작 일요신문의 내부 행사에서 기자들이 치마를 입고 장기자랑에 나가 춤을 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이 단독 입수한 일요신문 내부 행사 동영상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당시 행사장 상석에는 일요신문의 모기업인 서울문화사 회장과 임원들이 이 광경을 관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지만, 한 명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행사의 방향과 사측의 인식이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행사라 해도 저널리스트인 기자가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이 적합하느냔 것이다. 기자들을 무대 위의 '재롱둥이'인냥 소비한 사측의 인식에서 간호사들의 장기자랑이 연상된다.

[쿠키뉴스 탐사보도] 지난해 2월 서울미디어그룹 '화합의 밤' 행사장. 일요신문 소속 기자들이 장기자랑을 위해 무대에 섰다. 이들은 치마를 입고 춤을 췄다. 경합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의 분위기는 좋았다.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은 당시 기자들의 장기자랑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한 당사자의 상황 진술, 녹취록 등을 단독 입수했다. 다음은 당시 무대에 선 한 명의 주장이다. 

'연내 중요 행사라는 미명 하에 참여자들한테 강압적인 참여 분위기를 조성했다', '(장기자랑에서) 높은 등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회사 직원들도 잘 준비 하고 있느냐며 간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당시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모기업인 서울문화사의 심모 회장과 임원들이 앉아 행사를 관람했다. 당시 무대에 선 한 기자는 취재진과의 전화에서 "잔업을 누가 좋아하겠는가"라며 "전직원이 참석한 업무 외 행사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한 참가자는 회사 임원을 포함해 전 계열사 직원 앞에서 춤을 춰야 해 불편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날의 장기자랑이 과연 그날 무대에 선 모든 기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예단할 수 없다. 당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하에 사측이나 행사를 준비한 감독, 스텝 등에게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였을까? 이들 중 선배는 2년차 경력에 불과해 사내에서 사실상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상하관계가 뚜렷하고 군대식 문화가 잔존한 언론사 특유의 분위기상 요구와 개선점을 밝히기가 용이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당시 장기자랑을 한 기자는 상황 진술을 통해 '반발이 심했으나 위계상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매체는 <“신부님 앞에서 캉캉캉 춤 췄다” 대구가톨릭대병원서 강압적 장기자랑 논란>, <성심병원 파문 그 후우리가 약방 기생입니까?” 간호사들 아우성등 그 사안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의료인을 '무희'로 소비한 병원의 인식에 공분이 인 것처럼, 저널리스트인 기자를 무대에 굳이 세워야 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양 사안은 일정 부분 맞닿는다. 즉, 사측이 직원을 어떤 방식으로 '소모'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욱이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 당시 매체가 비판한 지점이 정작 내부에서는 답습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빈축이 나온다.  

장기자랑 논란이 있었던 해에도 일요신문은 성희롱 논란에 휩쌓인 바 있다. 소속 여기자가 상사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었으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당사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었다. 후속 대책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한국여기자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매체와 인권위에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사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중략). 외부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비판 정신을 드러내는 언론사가 정작 자신들의 문제가 되면 얼마나 미온적인지 명백히 보여주었다.”

앞서 언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한국여기자협회의 성명 중 일부다. 이 구절은 이번 일요신문 장기자랑 '소동'과 관련해서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일요신문은 지난해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 당시 수차례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대중의 미디어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언론의 이른바 내로남불식 태도에 기인한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사자들의 증언을 받아들여, 사진 및 일부 기사 내용이 추가, 수정되었음을 밝힙니다. 

인용 보도 시 <쿠키뉴스 탐사보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쿠키뉴스에 있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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