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체계조차 무시한 의사협회 비대위의 무리한 적정수가 보상안

기사승인 2018-01-26 14: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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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같은 의료계조차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국민건강수호’라는 비대위의 중간 명칭은 무색해졌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의협 비대위 등 십여명은 2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관련 7차 실무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논의에는 의협 비대위 홍경표 광주광역시의사회장 등 4명, 병협 이성규 기획위원장 등 4명,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 주제는 보장성강화를 이루기 위한 선결조건인 의료기관의 적정수가보상 방안이었다. 문제는 의협 비대위에서 제시한 안이 현행 수가체계의 근간이자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무시한 방안이라는 점이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위는 ▲향후 3년 이내 OECD 평균의 개별수가 지급 ▲모든 의료기관의 종별가산률 30% 적용 ▲모든 의료기관 기본진료료를 상급종합병원 상대가치점수 수준으로 인상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수가 10% 인상 ▲3년 내 수가결정구조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 노력을 제시했다.

만약 이대로 수가가 적용된다면 의원이나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간의 기본적인 진료에 대한 비용이 동일해진다.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협상하는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 차이를 배제하면 행위에 대한 비용차이도 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병원계 관계자는 “종별가산은 장비와 시설, 중증도에 대한 차이를 두기 위해 수가설계 당시부터 고려된 항목”이라며 “의료전달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제안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 외에도 비대위의 제안을 전해들은 의료계 관계자들 또한 “납득할 수 없다”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깽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1월 말로 잠정 결정된 비대위 활동 종료 시안을 앞두고 협의를 와해하려는 시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비대위는 이 같은 제안이 최근 개최한 비대위원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안이며,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비대위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제안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보장성강화를 위한 의료계의 적정수가 보상이 어떤 형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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