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평창행 길 열렸지만… 이미 무너져버린 신뢰

노선영, 평창행 길 열렸지만… 이미 무너져버린 신뢰

기사승인 2018-01-26 12: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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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평창행 길 열렸지만… 이미 무너져버린 신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미스로 평창행이 좌절될뻔 했던 노선영이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당초 대회에 참가 예정이었던 러시아 선수들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며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의 출전권이 보전된 것이다. 그러나 팬들은 연맹의 어처구니 없는 행정착오가 개선된 게 아닌 데다가 이미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노선영이 온전히 대회에 임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500m종목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러시아 선수 2명이 26일 러시아가 발표한 선수단 명단에서 제외되며 노선영의 극적인 평창행이 성사됐다.

빙상연맹은 26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노선영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쿼터를 받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음에 따라 1500m와 팀추월에 모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선영은 개인 1500m와 더불어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와 함께 팀을 이루는 팀추월 출전권도 확보했다. 다만 노선영이 “더 이상 국가대표로 뛰고 싶지 않다”고 밝힌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 여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노선영의 극적인 합류에 팬들은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여전히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하늘에 있는 동생이 도왔다. 참 다행이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해체돼야 한다”고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무능한 연맹 덕에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노선영이다. 평창행 좌절로 그간 훈련도 제대로 못 했을텐데 4년 동안 준비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앞서 노선영은 평창올림픽에서 단체전인 팀 추월 종목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개인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만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빙상연맹이 뒤늦게 인식하면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위기에 봉착했다. 연맹은 ISU가 지난해 10월 잘못된 규정을 통보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데 이어 노선영이 훈련을 거부하자 선수촌 퇴촌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노선영은 매체와의 인터뷰와 SNS 글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 “동생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다.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는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이란 글을 게재해 분노를 드러냈다.

노진규는 노선영의 동생으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지만 골육종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선영은 “팀 추월 남녀 대표팀이 한 번도 같이 훈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과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한체대 교수, 이승훈 김보름은 한체대 출신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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