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의 평창올림픽 헌정곡은 ‘정선아리랑’

[인터뷰①] 리듬·비트로 전통민요 恨 현대적 표현… 정선 곳곳 정취 담아

기사승인 2018-01-30 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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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버스킹을 가게 될 것 같아요.” 근황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수 전인권씨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그는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적잖이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새 앨범도 준비 중이다. 녹음 작업도 한창이다그의 새 앨범에는 특별한 노래가 실릴 예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헌정곡인 정선아리랑이 그 노래다. 아리랑은 아리랑이되, ‘전인권식아리랑이다. 이 한 곡을 위해 그는 강원도 정선 곳곳을 돌아다녔다. 정선의 정취와 감상, 애끓는 한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였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우연치 않게 정선아리랑을 들어볼 수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단단한 바위가 떠오르는 듯 했다. 붉은 혀를 넘실대며 폭발하던 고대의 열기를 간직한 채, 비바람에 씻기고 깎여 기암절벽이 된 바위. 전씨는 대중음악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전인권의 평창올림픽 헌정곡은 ‘정선아리랑’

- ‘정선아리랑새 앨범 수록해 선뵐 것

- 정선 곳곳 둘러보며 정취 담아

- 한국민요 규격화 어려움훗날 모험의미 갖게 될 터

29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에는 겨울바람만 가득했다. 매서운 날씨는 행인들의 발길마저 얼어붙게 한 듯 했다. 전인권씨는 짙은 남색 코트에 줄무늬 목도리 차림으로 나타났다. 혼자였다. 예의 검은 안경은 잘 어울려 보였다. 대화 내내 목소리에 변화는 없었다. 그의 말은 친절하지 않다. 귀보다 가슴을 열어야 잘 들린다. 그의 음악이 그러하듯. 단기간에 가슴을 열 도리가 없어 반복해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녹음된 그의 목소리는 구성진 가락처럼 귓가에 감겼다.

아리랑, 아리랑꺽고 쳐지는 진짜 '맛'

전인권=정선아리랑은 그러니까, 포크 음악이에요. 단순합니다. 미국에서 민요인 해 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 포크 음악으로 유명한 것처럼 이 곡도 그래요.

▷기자=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우리 음악, 이런 의미군요.

록을 해오던 사람들은 이렇게 넘기는 걸(그는 꺾는다고도 표현했다) 좋아해요. 실제로 많이 꺾고요. ‘정선아리랑에는 흑인 음악의 요소도 많이 담겨 있어요. 아리랑, 아리랑 (이 부분은 노래를 부르며 설명했다). 곡이 잘 나와서 우리 멤버들도 몹시 흡족해했습니다. 

어떻게 작업에 참여하게 된 건가요?

▶(올림픽은) 나라의 큰 행사니까 잘 되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였어요. 비록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만족스런 녹음을 하진 못했지만, 메시지의 전달은 됐어요. 가사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요.

작업에 얼마나 시간이 걸렸습니까?

곡을 만드는데 5일이 걸렸고요, 녹음은 하루에 다 끝냈습니다. 가사도 상당부분 제가 썼고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담았고요, 작업을 위해 정선으로 떠났어요.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몇분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정선아리랑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술 마시면서 서로 신세 한탄하는 것 말예요. 그렇게 서로 주고받는데 참 좋았습니다. ‘계절 온지도 모르는데 무슨 풍월이 봄을 알려주네이런 가사하며! 정말 매력 있어요. 심플하고.

▷이런 작업 과정이 외국에서도 종종 있다면서요? 

외국에서도 이런 작업물들이 많아요. 팻 메스니도 그렇고요. 뮤지션이 지방에 가서 고유한 느낌을 받고 연주를 해서 곡을 만드는 작업들 말이죠.

특정 지역이 주는 영감을 곡으로 표현하거나 지역 민요를 새롭게 차용, 변주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차용이란 표현이 적당할까요?

▶정확히는 발췌라고 할 수 있겠죠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있었지만, 중요한 작업은 끝마쳤어요. 그렇지만 다시 제대로 녹음을 해야죠. 올림픽 앨범에 제 정선아리랑은 들어가지 않아요. 곧 나오는 새 앨범에 최종 버전이 수록될 겁니다. 여기서부터 모험이 시작되는 거에요. 우리 고유의 가락에서 좋은 것을 잘 뽑아내면 여러 의미있는 결과가 남을 겁니다. ‘이런 창법을 구사 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 잘 되더라이런 선례가 남겠죠. 대중문화는 결국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 결과여도 충분히 보람이 있죠.

곡에서 애환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서에 한이 많을수록 리듬을 많이 써야 합니다. 이번 정선아리랑에도 이런 정취가 곳곳에 배여있죠. 그래서 비트와 리듬에 신경을 썼고요.

올림픽 헌정곡이라면 밝은 느낌의 노래를 떠올릴 텐데, ‘좀 어둡다는 견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곡이라고 봐요. 인터넷으로 이 곡이 알려졌을때, ‘한국에서 이런 느낌의 노래가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요소가 많다고 보거든요. 우리 전통 음악은 확 꺾어지고 쳐지면서 그 안의 리듬이 있죠. 한국 음악은 이게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월등합니다. 그럼에도 왜 대중화되지 못했냐면, 결국 규격화’의 문제일겁니다. 그게 잘 안 되어 있으니까요. 우리 음악은 계속 마디가 바뀌면서 자유자재로 전개됩니다. 대중음악이라하면 결국 규격’이 어떤가라는 문제거든요. 규격과 균형을 잘 써야 해요. 그런데 한국 전통 민요는 그렇지가 않아요. 산에 들어가서 한 곡 가지고 수개월씩 본인이 연구해서 만들어져 이어지고요. 장점이자 확장의 어려움이기도 한 거죠. (계속)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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