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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트워크 병원은 필요악인가

네트워크 병원은 필요악인가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1.30 14:49:43 | 수정 : 2018.01.30 14:49:49

‘뭉치면 산다’라는 말이 있다. ‘티끌모아 태산’, ‘개미들의 반란’, ‘롱테일의 법칙’이란 말도 있다. 모두 개개는 미약하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 들어 이들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유통·통신 기술의 발달은 파편화된 개개인을 보다 빠르고 원만히 이어주는 가교가 됐고, 목적과 요구에 따라 사람들은 보다 쉽게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보건의료계에도 불고 있다. “망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의사들을 뭉치게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만으로는 소요되는 치료재료비나 인건비를 제대로 지불할 수 없어서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 혹은 ‘협동조합’가 대표적이다. 공동구매 등을 통해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 진료에 필요한 물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고, 운영 노하우 공유나 공동마케팅 등을 수행하는가 하면, 최신 의학적 기술이나 술기를 함께 도입 또는 학습해 실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네트워크 병원의 소유구조다. 의료법 33조 8항에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의사는 반드시 하나의 의료기관 만을 개설해 운영해야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네트워크 병원은 이게 쉽지 않다.

네트워크 병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중심이 되는 즉, 운영노하우나 상대적으로 힘을 갖춘 의사 혹은 의료기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직접 가지병원(분원)을 개설하거나 운영하지 않더라도 경영에 관여하거나 개설과정에서 일정부분 이상을 기여하게 된다. 그에 따른 수익 배분도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네트워크 병원이 만들어질 때면 항상 의료법 33조 8항에 근거한 ‘1인 1개소법’ 위반여부가 논란이 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디치과체인이다. 치과계에서는 1인 1개소법을 ‘반 유디치과법’이라고도 부른다.

2011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당시 민주통합단 양승조 의원에게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기존 1인 1개소 원칙조항을 지금의 조문으로 개정해 줄 것을 건의했고, 양 의원은 이를 받아들여 대표발의에 나섰다. 이후 법은 2개월 만에 본회의를 통과해 개정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1인 1개소법 합헌판결을 위한 1인 시위를 700여일째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선출된 김철수 협회장이 1인 시위에 동참한 장면. 사진=대한치과협회 제공>


이에 따라 “진료장소의 제한을 지킨다면 의료인 간의 동업이나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혹은 “의료인이 추가로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는다면 1인 1개소 제도를 위반한 개설이 아니다”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뒤집혔다.

법 개정 후 대법원은 “의료인이 추가 개설·운영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면 33조 8항에 위배된다”고 판시했고, 자본 투자, 병영경영 지원, 의사들 간의 동업 혹은 등기이사 참여 등이 혼란 속에서 제한됐다.

이와 관련 유디치과 측은 “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다양한 법리적 위헌성이 의심된다”고 평했다.

이어 “네트워크 병원의 등장은 의료인의 전근대적인 가치관이 붕괴되는 현상이며 의료공공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동구매와 병원전문컨설팅 회사의 원가절감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그간 의사들이 취해온 폭리를 포기하고 수익을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 같은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 병원의 성토가 통했는지,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유디치과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내리고 28억원의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1인 1개소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장소적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며 “(네트워크 병원은) 정보 공유, 의료기술 공동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재고, 공동구매 등을 통한 원가절감 내지 비용 합리화 등의 측면이 존재한다”며 순기능을 인정했다.

이처럼 1인 1개소법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법원판결에 대한 해석이나 현장에서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좀 더 명확한 법리적 해석이 이뤄지는 시기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3년째 끌고 있던 1인 1개소법 관련 위헌법률심판을 근시일내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논란은 쉽게 잠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네트워크 병원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95%는 민간이 운영하는 병의원이다. 그 말은 수익을 창출하고 이윤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 하에서는 이윤창출은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발표하며 적정수가 보상을 언급한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적정수가 보상에 대한 구상대로라면 적자가 나지 않는 구조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이윤이 남는 구조가 되기 여전히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비용문제라며 소요되는 재정을 줄이고 물자를 절감해야 그나마 이윤이 남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트워크 병원 혹은 협동조합의 형태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메디컬빌리지(빌딩) 등 동네의원들의 연합이나 연계 강화에 대해 은연중에 강조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미래의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이 가운데 네트워크 병원의 지배구조와 수익배분 등의 내밀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순기능을 강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한 치과협회 관계자는 “네트워크 병원은 분명 필요한 형태지만 한 사람 혹은 자본에 의해 여러 의료기관이 지배되는 형태는 환자의 생명과 의료비 증가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 만큼 철저히 가려지고 제한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지금처럼 정부가 뒷짐 지고 수수방관한 채 집단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며 법원의 판결만 기다리며 사태를 관망할 때는 아니라는 날선 지적도 함께 담았다. 이 관계자의 지적이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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