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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한 정치인 비켜!”… 이제 ‘보통 사람’이 정치할 때

서울시장 출사표 던진 녹색당 신지예 후보 인터뷰②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2.03 00:00:00 | 수정 : 2018.02.09 15:13:00

- 민주주의 경험 세대 적극 포용할 것

- 소득주도성장 탈피 개인 행복주요 기준 돼야

- 대체 가능한 보통 사람정치인 중 비교 대상 없어

- 선거용 감언이설 사절30년 내다보고 정치할 것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강연 도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신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 여야의 쟁쟁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기성 정치인 중 본인을 대체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녹색당 서울시당 제공

지난 2016년 스페인 총선에서 포데모스는 IU연합과 함께 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포데모스-IU연합은 수십 년간 지속되던 스페인 정치권의 2당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포데모스를 창당한 사람은 당시 37살이었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IU연합 대표였던 알베르토 가르손은 30세에 불과했다. 같은 해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M5S의 비르지니아 라지와 키아라 아펜디노가 로마와 토리노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이들의 나이는 각각 37세와 31.

반면, 한국 정치권은 아직 어른들의 세상이다. 고작 ‘50대 기수론이 나왔을 정도이니 바다 건너 유럽의 사정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오는 613일 치러질 제7회 지방선거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특히 격전지로 거론되는 서울시장 선거는 어떨까. 이미 여야 할 것 없이 노련한 정치 거물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다.

여기에 스물여덟 살의 젊은 여성 정치인이 겁 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후보는 대안학교 출신에 대학 문턱도 가지 않았다. 뒷배가 든든한 것도 아니다. 1만여 명의 당원이 고작인 원외정당 소속. 이 후보를 신경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이야기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녹색당 당사에서 신 후보를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손에는 빵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는 먹으면서 하자며 짐짓 여유를 부렸다.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자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문답이 오갔다. 신 후보는 이 선거에서 녹색당의 승산이 높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소수자를 끌어안겠다는 그에게 지지 세력 확장을 위해 부담이 될 수 있는소수자를 놓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망설임 없이 라고 대답했다.

신 후보를 위시한 녹색당의 입장이란 명약관화하다. 생태, 환경, 사회적 소수자를 중시하고 개발에는 부정적이다.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표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노선이다. 한 시간여의 인터뷰에서 신 후보와 그가 속한 당을 평가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번 기사는 지난 <“한국서도 버니 샌더스·포데모스돌풍, 가능하다”>의 뒷이야기다.

지난 2015년 총선 결과에 환호하는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새로운 세대가 나타났다

기자=‘숨겨진지지층에 대한 분석은 되어 있나.

신지예 후보=평창동계올림픽의 여자 하키팀 남북 단일팀이나 비트코인 정부 규제에 대한 반발 등 이삼십 대를 중심으로 과거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혀 다른 감수성을 가진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나타난 사건이었다. 사실 남북 단일팀에 대한 기존의 시각이란, ‘평화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자 선수들이 남북 평화를 위해 이 정도 양보는 할 수 있지 않느냔 견해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러한 시각이 통하는 시대가 끝났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세대의 탄생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과 전체의 행복을 구분할 줄 안다. 국가의 목표만큼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촛불혁명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고 본다. 최근 여성, 페미니즘 등의 사안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도 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 이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도록 녹색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말로 매우 중요한 목표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이 세대에 대한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다. 모언론에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라고 표현했다.

이삼십 대를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몸소 경험했고 본인이 시민임을 자각하면서 나온 행동 양식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성세대는 민주화를 이룩한 당사자임에도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 평등한 시민으로의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결정적인 선택에 있어 국가주의적 행위를 보였던 게 아닐까. 기성세대의 눈에 최근 새로이 등장한 젊은 층의 주장은 개인주의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후보는 여자 하키대표팀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너무 뻔한 판단이었다. 국가의 결정으로 희생되어온 사람들은 늘 약한 고리, 약자들이었다. 이번에도 이른바 금밭으로 불리는 인기 종목이 아닌, 비인기 종목을 선택했다. 메달을 따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여자 대표팀 소속 선수들에게 출전 포기를 요구한 것은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벌인 병폐를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달 17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 훈련장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이삼십대층을 바탕으로 비판이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꼴페미’, ‘애송이비난도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당은 기존 정당들이 하지 못한(혹은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유일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들 진보정당이면 다 비슷하지 않냐고 묻는다. 아니다. 여러 차별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개발 논리에 대해서만큼 녹색당은 타 정당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소득주도성장에 갇혀 있었다. ‘경제가 살아나야 서민 경제도 산다는 패러다임에서 우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GDP(국내총생산)과 같은 부의 총량이 모든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젠 시민들의 행복이 기준이 돼야 한다. 내가 삶을 행복하게 할 기본소득 및 주거, 도시 정책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신지예만이 이를 할 수 있나.

모언론과의 인터뷰에 꼴페미’, ‘나이도 어린 애송이’, ‘운전도 못하는 여자가 정치를 말하느냐등의 덧글이 달렸더라. 왜 지금 젊은 여성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중요한가. 덧글들이 이미 말하고 있지 않는가. 본인이 녹색당을 대표해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비단 나만이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진 않는다.

녹색당이 추구하는 정책 기조와 의제를 갖고 있으며, 신 후보보다 월등한 후보가 있다면, 그가 신 후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질문의 답에 대해 신 후보는 적잖은 고민을 한 것 같아 보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수 시간 뒤 그는 전자우편을 통해 답변을 보냈다. 다음은 그 답변 중 일부.)

대체할 수 있다. 본인은 이십대 여성이자, 월세방에 살고, 소득·난개발·미세먼지에 문제의식을 가진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은 나를 대체할 수 없다. 본인은 당에서 발탁되지도, 기존의 권력구조 안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코자 계속해서 동지들을 만들었다. 거기서 배웠다. 숱한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 소통해왔다. 지난 총선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없었지만, 헌신적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현재 녹색당 서울시당을 이끌고 있다. 기성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노선을 인생 속에서 만들고 실천해왔다. 작금의 정치인 중 본인을 대체할 인물은 단연코 없다.

어느 한 개인의 권력의지는 독선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권력의지는 이미 기존 정당이 너무 많이 갖고 있다.

개인까지 권력의지를 가질 필욘 없다는 건가.

쉽지 않은 문제다. 굳이 답을 한다면 그렇다고 본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강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는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설득력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권력의지에 대한 경계는 너무 앞서 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그 자체는 새롭지도 않다. 다시 묻겠다. 이번 지방선거는 녹색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득표율 목표치는 세워두고 있다.

목표치가 어느 정도인가.

3% 이상 득표율과 당원 확대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시민에게 녹색당을 보여주지 않을 시 이 정도의 달성도 힘든 게 현재의 정치 상황이다.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

일단, 여성과 성소수자를 녹색당으로 유도코자 한다. 기존 정치권에서 호명 받지 못한 약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다. 또한 서울시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동산 정책 변화 요구. 이 두 가지가 이번 선거 정책의 큰 축이다.

정리하면, 당의 외연 확대는 당면 목표라는 건데, 만약 지지자 중 성소수자 1만 명과 이에 부정적인 99만 명이 있다 치자. 99%1% 중 어딜 선택하겠는가.

1%와 함께 할 것이다.

99%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말인가.

이는 녹색당의 중요한 가치이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이념이라고 본다. 우린 전 세계 녹색당과 연결이 되어 있고 동일한 헌장을 공유한다. 여기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조항이 명시돼 있다.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한국 정치권이 극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비쳐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신 후보는 '보통 사람'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서울, 다시 짜야한다

어떤 서울을 만들고 싶은가.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초거대도시(광역서울도)를 주장했다. 경기도와 서울을 하나로 묶어 더 크고 강한 서울·경기도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 주장에는 우리 사회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고속도로를 닦고 더 높은 빌딩을 짓는 일련의 개발들은 모든 병폐의 시작인 부동산 정책과 바로 연결된다.

반면, 우린 서울의 구획을 새로이 재편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사실 서울은 산의 도시라 할 만큼 산과 구릉이 많다. 이를 살린 구획을 다시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 주도의 행정에서 탈피해 각 구와 동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 자치권을 갖고 운영토록 하는 지방 자치 분권을 제안코자 한다.

시민들의 동선도 변해야 한다. 주거지역과 일터가 떨어져 있어 동선이 지나치게 길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런 도시는 유래를 찾기 어렵다. 다시 구획하고 동선도 다시 짜는 게 옳다. 현재의 동부 및 서부 간선도로는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다는 취지하에 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누군가는 이러한 난개발의 문제를 지적하고 막아내야 한다고 본다.

동선을 어떻게 바꾼다는 건지 쉽사리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계획은 긴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교통망을 다시 짜는 수준의 어젠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세종시 이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서울을 줄인다는 이 계획은 인구 분포와 일자리와도 연계되어야 하는 만큼 향후 30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할 과업이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서울 시민들을 지원하고, 청년들에게는 서울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등의 지난하지만 반드시 이뤄져야 할 프로젝트다.

신 후보의 소위 킬러 콘텐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없었다. 신 후보는 앞서 밝힌 열거했지만, 명료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냈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송곳 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 ‘불가능한 싸움처럼 보일 테지만, 단번에 뚫어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신지예가, 녹색당의 득표율이 얼마냐 되느냐는 이후 한국 미래 정치의 바로미터가 되리라 예상한다. 책임지지 않을 미래를 말하는 이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 선거를 위해 감언이설을 속삭이지 않겠다.

모호한 느낌이 없지 않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공포를 느낀 적이 없는 남성이 서울의 안전을 말할 수 있을까. 전월세에 시달리거나 하는 등 다양해진 시민의 삶을 정치가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동질적인 체험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야 말로 현 정치권의 파열음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시민들 개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장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은 정치·정무·행정 능력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경험을 할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의 정치 출현이 과연 파괴적인 경쟁력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본인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는가.

서울시 시민인권헌장을 발표하겠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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