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로열블러드’, 무엇을 보여줬나

기사승인 2018-02-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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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이 2년 반 동안 100여명의 개발진을 동원해 야심차게 준비한 ‘로열블러드’는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면서도 같은 장르 다른 게임들과 상당히 다른 접근을 보여줬다.

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로열블러드의 게임 매출 순위는 74위다. 지난달 10일 출시 이후 약 1주 만에 7위까지 올랐지만 오래지 않아 20~30위권에 머물다 현재 위치까지 왔다.

매출 순위를 볼 때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로열블러드는 분명 출시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대부분의 인기 모바일 MMORPG가 기존 PC 게임 IP(지식재산권)와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것에 비해 오리지널 IP 기반으로 사전예약 100만 돌파와 앱스토어 인기 1위 등 준수한 출발 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 같은 관심은 로열블러드에 대한 혹평과 호평으로 분명하게 갈렸고 이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게임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 직접 조작해야 재미…인터페이스는 아쉬워


로열블러드는 ‘테라M’, ‘액스’ 등 기존 인기 MMORPG와 상당히 다른 첫인상을 준다.

캐릭터나 배경 월드는 유니티 베스트 그래픽 어워드를 수상했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돼 있지만 디자인과 색감이 기존 게임들과 상당히 다르다. 사운드 역시 꽤 많은 음성 대사와 준수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시점부터 풀 3D가 아닌 쿼터뷰(측면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를 취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줌은 가능하지만 실제 게임은 고정된 시점으로 캐릭터의 동선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블리자드의 PC 게임 ‘디아블로’ 시리즈를 필두로 하는 핵 앤 슬래시 스타일 RPG와 유사한 분위기를 준다. ‘테라M’와 같은 3D 월드보다는 아기자기한 배경에서 다양한 액션으로 많은 적들을 한 번에 공격하는 재미에 무게가 실려 있다.

비슷한 스타일의 국산 PC MMORPG로 웹젠의 ‘뮤레전드’와 지난해 2차 CBT(비공개사전테스트)를 거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등이 있다. 실제 로열블러드의 ‘궁사’, ‘악사’ 캐릭터는 로스트아크의 ‘거너’, ‘바드’ 등이 연상되는 전투 방식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게임 진행이 자동으로 가능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방향을 정하고 이동하며 적을 공격하는 기술을 갖고 있고 충전된 ‘기력’ 만큼 수동으로 기술을 연속 사용할 수 있어 직접 조작의 비중이 크다. 여기에 다른 성격의 기술 세트로 바꾸는 ‘태세전환’까지 활용된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도 기존 모바일 게임과 차이가 있다. 전체적인 메뉴와 조작 키의 배치, 디자인 등은 준수하지만 소소한 부분에서 모바일 게임에 맞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다.

특유의 ‘성물’ 성장이나 장비 성장은 아이템을 간단하게 선택해 소모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 키를 누른 채 차원을 채워야 해 개선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템 성장 등을 위해 ‘자세히 보기’를 한 번 더 클릭해야 하는 부분도 다소 번거롭다.

◇ 넘치도록 담은 콘텐츠…후반부가 ‘본게임’


게임 콘텐츠 자체는 더 모바일 게임답지 않은 면모를 보인다. 이는 로열블러드의 장점이면서도 흥행에는 걸림돌이 된다.

일단 로열블러드에는 일일 퀘스트부터 레이드, 아레나, 무한의탑, 요일던전, 길드전 등 왠만한 모바일 MMORPG에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들어있다. 여기에 돌발임무, 토벌던전 등 더 세분화 된 과제가 주어진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양하지만 타 게임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 육성 자체가 더뎌 이 같은 콘텐츠를 모두 즐기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최소 40레벨이 돼야 RvR(진영 대전)까지 대부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돼 비로소 전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성장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는 전개가 빠른 모바일 RPG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


게다가 로열블러드는 직접 재료를 채집해 물약을 제작하고 레벨을 올려야 하며 '몬스터 연구'라는 처치 달성에 따른 도감 성장 요소도 있다.

여기에 ‘가신’이라는 색다른 시스템까지 더해졌다. 가신은 일종의 보상·버프 시스템으로 수집한 주화를 통해 가신을 확보하고 성장시키며 이들을 주기적으로 임무에 투입, 일정 시간 동안 또는 후에 보상을 받는 형태다.

이처럼 다양한 성장 요소는 정작 그리 복잡하지 않고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적응이 필요하다.

로열블러드가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돌발임무’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기적으로 다른 이용자들과 경쟁하는 재미를 주는 반면 뒤에 나올 이야기를 미리 접하게 되는 등 게임 흐름을 산만하게 하기도 한다.

◇ 色 뚜렷한 MMORPG

[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로열블러드’, 무엇을 보여줬나

로열블러드는 그래픽 취향이 맞고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릴 수 있다면 PvP(이용자 대전) 등에서 꽤 치열한 전투의 재미를 제공한다. 모바일 게임답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월드도 꽤나 넓은 편이다.

운영은 일부 온라인 리뷰에서의 평가처럼 과도한 현금 결제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꾸준히 육성시킨 캐릭터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상점에는 고가의 패키지 상품과 확률형 아이템 등이 판매되지만 굳이 뭘 사야할지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가 활발한 편이라는 점, 뚜렷한 캐릭터 특성으로 전투에 임하게 된다는 점 등은 '리니지M', 테라M 등 경쟁작들과 유사점이다. '렐름'이라는 진영으로 구별된 전쟁 콘텐츠는 '액스'를 연상시킨다.

반면 로열블러드가 이를 그려내는 방식은 전혀 달라 개성 뚜렷한 MMORPG로 평가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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