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밀양화재 사망자, 고령에 중증…‘흡입화상’ 때문일 가능성 커

6일 현재 사망 46명…70~80대 고령환자, 폐렴·패혈증 등으로 사망

기사승인 2018-02-07 00:20:00
- + 인쇄
늘어나는 밀양화재 사망자, 고령에 중증…‘흡입화상’ 때문일 가능성 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발생 11일이 지났지만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고 당시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고령의 환자들로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밀양화재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발생한 밀양 화재 참사 후 사고 나흘째인 29일까지 사망자는 39명으로 집계됐었다.

하지만 이후 중상으로 분류된 고령의 환자들이 치료 도중 숨을 거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경증환자 4명이 고열과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으로 상태가 나빠지기도 했다.

사고수습본부에 의하면 지난 2월2일 사망한 80대 남성 김모씨를 시작으로 6일 오전 현재까지 추가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사망자는 총 45명으로 늘어났다. 이달 사망자 대다수는 70대 이상의 연령에 암이나 고혈압, 뇌졸중, 천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39번째로 희생자가 된 김모씨도 80대로 치매와 천식, 부정맥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달 2일 오전 숨을 거둔 80대 남성도 고혈압과 당뇨, 뇌졸중, 특발성폐경화증 등으로 세종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고 후 창원경상대병원으로 옮겨져 폐렴 치료를 받아왔다.

또 3일 오후 2시28분께는 심부전과 뇌출혈로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80대 여성은 진영청담요양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지난 5일에는 80대의 고령 환자 3명이 사망했다. 5일 새벽 2시44분 세종요양병원에서 심근경색 등으로 입원했던 80대 남성이 창원파티마병원 이송 후 패혈증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고, 오전 7시43분께 80대 남성 정모씨가 밤 11시10분께 70대 남성이 각각 사망하면서 사망자는 44명으로 늘었다.

이어 6일에도 중증환자로 병원 치료를 받던 80대 환자 2명이 숨져 밀양화재 참사 사망자는 46명이 됐다.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6일 오전 7시21분께 80대 남성이 45번째 희생자가 됐다. 이 남성은 세종병원에서 뇌경색관 전립선암 등으로 치료를 받던 중 사고 후 부산백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또 화재 발생 당시 세종병원에서 치매로 치료를 받았던 80대 여성 환자가 6일 오후 2시42분께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치료 중 숨을 거뒀다.

사고 열흘 뒤에도 고령의 환자의 사망이 이어지고,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고령 환자들은 이미 암이나 치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천식 등의 만성질환 등을 앓고 있던 터라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고수습본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일 기준 밀양화재 참사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던 중증환자는 11명이었으나, 5일까지 추가로 2명이 사망했다. 이어 5일 밤과 6일 오전, 오후 추가로 70대와 80대 2명이 중증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에 대해 사고수습본부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밀양 세종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화재사고 후 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환자의 60% 가량이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들이다. 경증환자였다가도 상태가 악화돼 중증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화재사고 특성상 연기나 유독가스 등에 의한 흡입화상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고령의 환자들은 폐렴과 폐혈증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사고 열흘 후에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흡입화상에 의한 폐렴과 패혈증 발생 등으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는 “대부분의 화재사고에서는 유독가스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화재 시 연기를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경우 흡입화상을 입게 된다. 흡입화상이 심하면 대부분 폐렴으로 많이 진행되는데, 흡입화상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게는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해서 폐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통해 폐렴 발생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밀양화재 사고 발생 열흘 후에 고령의 중증환자들이 폐렴과 폐혈증으로 사망한 것에 대해 조용석 교수는 “고령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폐렴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폐렴이 발생하고 전신적인 염증반응으로 진행되면서 피에서 균이 자라는 상태인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폐렴으로 인한 호흡기능 장애에 의해 사망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임상적으로 흡입화상 환자에게 1주일 이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경우(환자를 깨우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률이 50%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에 고령 환자라면 사망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의 경우 폐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흡입화상을 입으면 폐렴과 폐혈증 등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