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신체보호대 모든 병원서 인권보호 관점에서 사용돼야

기사승인 2018-02-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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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신체보호대 모든 병원서 인권보호 관점에서 사용돼야글·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쿠키 건강칼럼] 지난 1월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일어난 초유의 화재 참사로 현재까지 사망자 46명을 포함해 총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세종병원 참사의 원인은 당연히 ‘화재 안전’이지만 ‘신체억제대 또는 신체보호대(이하, 신체보호대) 사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 3층 일반병실에는 환자 21명이 입원 치료 중이었고, 이 중 3~4명을 제외한 18명이 로프나 태권도복 띠로 한쪽 손목이 침대 난간에 결박되어 있었다.

로프나 태권도복 띠는 환자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신체보호대를 말한다. 신체보호대는 입원 환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스스로 제거하는 등 환자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그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신체를 묶을 필요가 있는 경우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되는 물리적 장치 또는 기구를 말한다. 

지난 2014년 5월28일 21명이 사망한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때에도 환자 2명이 신체보호대에 묶인 채로 질식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요양병원에서의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마련하였고, 2015년 5월 29일부터 시행하였다.

이에 따르면 신체보호대 사용을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이고,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사용하여야 하며, 응급상황에서 쉽게 풀거나 자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요양병원(의료법시행규칙 제36조 제6항)과 정신의료기관(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 이외 ‘급성기병원’으로 불리는 일반병원 환자들의 신체를 결박하는 경우에는 신체보호대 사용 시 인권보호 차원의 준수사항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일반병원에는 의료법시행규칙이나 정신건강복지법 상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 규정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신체보호대를 사용하면 안 된다.

신체보호대 사용은 의료행위가 아닌 신체 구속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안전을 명분으로 의사의 판단 하에 신체보호대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자칫 신체보호대 사용을 남용할 우려가 있어서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이 요구되지만 지금까지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는 3층 일반병실에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 소방구급대원들이 침대 난간에 묶인 환자 21명의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상당 시간을 소요하였다. 환자 1명당 한쪽 손목에 결박된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30초에서 1분 정도가 걸렸다. 이로 인해 실제 구조가 지체되어 21명의 환자 전원을 3층 일반병실에서 대피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9명이 질식사하였고, 나머지도 유독가스를 들여 마셔 현재 위독한 상태이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발표한 노인요양병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의 가장 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장시간 신체보호대 사용’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작년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신체보호대를 쓰는 근거를 의료법시행규칙에 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법 등 법률에 규정해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권고까지 했었다.

신체보호대는 입원 환자의 신체를 직접 결박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종병원에서 환자의 양쪽 손목이 아닌 한쪽 손목만 침대 난간에 결박한 이유와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부나 인권위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두 손목이 아닌 한쪽 손목만 침대 난간에 결박했다는 것은 생명 유지 장치 제거, 자해, 낙상 등의 방지가 아닌 환자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관리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병원 3층 일반병실에서는 21명의 환자 중 치매 환자 12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한 국회는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 이외 일반병원까지 포함해 의료법에 환자 인권보호를 고려한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규정하는 입법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 4년 전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후속 대책으로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병원까지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입법조치를 했다면 이번 세종병원 참사의 사상자수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제2, 제3의 세종병원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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