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듀랑고’, 대체 어떤 게임인가

기사승인 2018-02-10 10: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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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5년 반 동안 준비한 모바일 게임 ‘듀랑고’는 ‘생존형 샌드박스 게임’을 표방한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자유도 높게 담아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으로 볼 수 있다.

듀랑고는 마법과 기사가 등장하는 기존 판타지 세계관을 벗어나 공룡이 등장하는 미지의 땅에 떨어진 현대인의 생존 과정을 그렸다는 점부터 그 게임 방식까지 모바일 게임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이는 자유도 높은 PC온라인 MMORPG로 알려진 ‘마비노기’의 이은석 PD 손을 거쳤다.

특히 넥슨이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등 서구 지역까지 진출을 노리고 준비한 듀랑고는 참신한 게임 방식 외에도 기존 국산 게임들과 다른 과금 정책까지 갖춰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듀랑고는 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게임 평점 2.5점, 매출 순위 9위에 머물고 있고 배경에는 서비스 초기 접속 오류 등으로 겪은 진통과 흥행을 위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넥슨의 전략이 깔려 있다.


먼저 듀랑고의 세계에서 이용자는 생존에 필요한 집부터 음식, 의복, 약 등 각종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고 채집, 사냥, 도축, 농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사유지를 꾸미고 공룡을 길들여 타고 다닐 수도 있고 레벨에 맞는 새로운 섬을 발견해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을 하게 된다.

게임 전반적인 진행은 지난해 이뤄진 비공개 사전 테스트(CBT) 당시보다 쉽고 단순화 됐다.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면서도 ‘생존’ 그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캐릭터는 온도부터 젖음, 중독 등 환경에 따른 여러 상태를 겪게 되지만 피로도와 배고픔을 중심으로 관리하게 되며 대부분의 상태 이상은 생존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무리한 사냥 등을 하지 않는 한 건강이 떨어져 죽을 일도 많지 않다.

이처럼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이용자는 주어진 여러 환경과 재료를 통해 제작 스킬을 올리고 자신의 사유지에 생존을 위한 환경을 꾸려가게 된다.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재료를 모아 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 등 연속되는 제작의 복잡성이 높은데 전반적인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이 부담감을 덜어내고자 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점은 이용자가 이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경험하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장점이 된다. 반면 게임 초반 이용자가 별다른 목적성을 찾기 어렵게 느껴지는 점도 수반한다.

초반에는 사유지를 더 멋지게 꾸미고 새로운 동물을 포획해 길들이기 위해 레벨을 올리고 더 먼 섬까지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그 외에 큰 동기를 찾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부족이라는 사회를 형성하고 함께 여행하고 생활하는 재미에 의존하게 된다.

또 실제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지만 지형이나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아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공룡들 끼리 서로 싸우는 등의 모습도 연출되지만 생태계로 부를 정도의 환경을 구현한 것은 아니다. 자동 모드가 아닌 실제 이용자의 플레이로 진행되는 게임 본질에 충실한 구성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활동이 반복되는 부분은 아쉽다.

이 세계는 초반 이용자들이 주로 사유지를 가꾸게 되는 ‘마을섬’부터 레벨에 따라 모험을 떠나게 되는 오래지 않아 사라지는 ‘불완전섬’, 35레벨 이후 더 다양하고 본격적인 환경에서 정착할 수 있는 ‘도시섬’ 등이 존재한다. 섬들의 수는 서버 내 이용자 수에 따라 자동으로 늘거나 줄어 인구밀도를 조절한다.

단조로운 진행에도 각 섬의 야생 환경에서 '워프'라는 요소를 통해 현대의 물건들을 얻게 되고 이를 자연 자원과 함께 활용해 이용자 자신과 부족 커뮤니티가 발전되는 부분은 듀랑고의 재미 요소다.


시각적으로 헥사곤(육각형)으로 구성되는 기본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깔끔하고 3D 캐릭터와 2D 배경을 적절히 섞은 그래픽은 위화감 없이 준수한 수준이다. 복잡한 제작 시스템도 인터페이스의 단순함 덕에 이용 자체에 무리는 없다. 또 설정에서 가로뿐 아니라 세로 화면 모드를 지원해 이동 시 플레이 편의를 제공한다. 세로 모드 좌우 시야 범위는 좁아지지만 제작 등 활동에는 무리가 없다.

사운드 부분은 듀랑고의 매력 중 하나다. 다양한 환경과 요리나 도축 상황에 맞는 효과음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게임 내 NPC들의 육성 더빙도 무난한데 특히 이들의 대사가 대부분 구어체로 표현돼 현실감을 더한다. 환경 설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언어는 아직 한국어만 지원되는데 추후 영어 등 다른 버전에서의 표현력이 기대된다.

운영 면에서는 서비스 초반 약 3일간 서버 오류로 긴급 점검이 계속되고 이용이 어려웠지만 5개 서버로 확대한 이후부터는 간헐적인 렉(지연) 현상을 제외하면 이용에 큰 지장은 없다. 다만 복잡한 게임 시스템 덕분에 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잦은 점검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이용자 불만도 많았다.

그럼에도 유료 과금 정책은 무리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지 않는 편이라 호평을 받는다. 패키지 아이템이 준비돼 있지만 꾸미기 아이템이나 소소한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이고 결정적인 육성에 고액 결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서구 게임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료 아이템 구성이다.

[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듀랑고’, 대체 어떤 게임인가
결과적으로 듀랑고는 낮아진 진입 장벽과 자유도 높고 복잡한 생활 콘텐츠가 버무려진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제작과 모험 요소는 다양한 성별·연령대의 이용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정작 게임의 단조로운 진행 때문에 플레이 동기를 해칠 수도 있다.

모바일 게임에 맞는 단순한 듀랑고의 세계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재미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자유의지에 맡겨진다. 자유도가 핵심인 샌드박스 게임의 성격에 부합하면서도 좀 더 본격적이고 치열한 생존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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