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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불공정 하도급’

[하도급과의 상생]①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불공정 하도급’

이승희, 이종혜 기자입력 : 2018.02.12 05:00:00 | 수정 : 2018.02.12 16:19:52

지난해 대기업 스마트폰 제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급성 중독돼 실명하는 ‘메탄올 실명 피해자’ 사건이 전해졌다. 파견업체는 기본적인 보호 장비도 갖추지 않았으며 지난 2013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 갑질부터 거래대금 미납까지…종류도 ‘각양각색’

지난해 12월 국내 대기업 A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 중인 과학관에서 일하던 김모씨가 외모 지적과 관련된 ‘갑질’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다른 여성 직원들은 박물관 관장의 머리 모양을 다듬는 디자이너 역할을 맡기도 해야 했다. 

해당 과학관은 A그룹 계열사끼리 출연금을 모아 만든 곳으로 당시 H기업이 위탁받아 운영 중인 상태였다. H기업은 박물관 운영을 다시 하청업체에 맡겼는데 ‘갑질’을 당한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H기업은 “김씨는 H기업 신문고 게시판에 고충을 토로하지 않았다”며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직접 알리지 않을 경우 문제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공정 처우 문제는 대형항공사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여객기 청소 노동자 22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대한항공 자회사 (주)한국공항에서 객실 청소를 도급받은 위탁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이다. 모회사에서 자회사, 다시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에 따른 결과다.

문제는 하청 노동자들이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명절‧연휴 등에 여행객들이 몰리는 특성상 더 많이 일해야 했다. 한 달 평균 연장 근무시간만 70~80여시간, 한 사람이 치워야 할 비행기 대수는 20여개에 달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작업시간이 길어지면 원청으로부터 페널티를 받았으며, 남녀 간 임금 차별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대금 지급 문제로 하청업체와 마찰을 빚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24일 LG전자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미수금이 동결되며 자금난을 우려한 2차 하청업체 9개사는 ‘LG전자갑질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려 원청인 LG전자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들은 LG전자의 한라캐스트 부실 관리로 2차 하청업체들이 25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LG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사 재고처리를 위한 물량 전부를 입고 받고 기 납품분에 대한 LG전자 납품대금을 채권단에 직접 지급했다. 이후 LG전자는 모든 대금을 한라캐스트에 지급했고 한라캐스트는 2차 협력사에 변제하고 있다.

여러 단계에 걸친 하도급 특성상 1차 하청업체의 손해가 2차 하청업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불가결 제도 ‘하도급’

하청은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맡은 일의 전부나 일부를 다시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을 말한다. 이때 제3자는 하수급인이 되는데 이 과정을 일컬어 ‘하도급’이라 칭한다. 당초 기업들은 질 좋은 제품 생산과 소비자의 편의 등의 이유로 하도급 제도를 취해왔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는 소비자들 편의를 위해 하청업체와 계약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193곳 중 직영점은 7곳으로 하청업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서비스센터의 전신은 ‘전파상’이다. 전파상은 전자 기기 제품을 팔거나 수리하는 사람 또는 가게를 일컫는 말이다. 1960년대에는 동네마다 있던 전파상들이 전자제품 수리를 전담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제품 보급률이 높아졌고 AS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자사 인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삼성전자는 전파상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에게 고객들의 AS 문제를 전담했다. 이후 몇몇 전파상들의 규모가 커졌고 협력사로 성장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 관계였으며 하청업체와의 계약이 체결된 과정 자체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역시 하도급 자체만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령에 따르면 하도급은 업종별 적정성 판단 기준이 존재한다. 일정 점수를 넘어야만 하도급이 가능한 만큼 전문성은 필수 요소다. 전문 분야의 업체에 일을 맡겨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대기업들로서는 하도급 제도가 필수인 셈이다.

김형준 한국노동연구원은 “기업의 생산 활동이 전문화되면서 기업 간 분업 및 공조의 효율성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 사내외도급 관계”라며 “하도급은 이제는 일반화된 기업 간 거래  관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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